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사 선거에서 원전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할 조짐을 보이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전이 중앙 정부의 정책 결정과 밀접한 사안임에도 도쿄 지사 선거에서 이슈로 부상하는 것은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76) 전 총리가 탈(脫) 원전을 주장하며 14일 출마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는 "원전 문제는 국가의 존망에 관계있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탈 원전을 위해 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전직 총리가 지사 선거에 출마한 것도 이례적이고 후쿠시마(福島) 사고의 충격으로 원전에 대한 우려가 커 언론의 관심이 온통 호소카와 전 총리에게 쏠리는 양상이다.
탈 원전은 앞선 민주당 정권의 '원전 제로'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수출, 중요 에너지원으로써 원전 등을 내세우는 아베 정권이 피하고 싶은 주제다.
호소카와 전 총리의 탈 원전 이슈는 고이즈미 효과와 맞물려 상당한 파급력을 낳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는 작년부터 "방사성 쓰레기 처분장이 없는 원전 정책을 즉시 폐기해야 한다"며 탈 원전을 기치로 강연을 열고 있다.
그는 "원자력 발전 문제에 공감을 이뤘다"며 "연설회 등 각종 회합에 내가 나가서 (호소카와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것"이라며 지지를 표명했다.
고이즈미를 등에 업은 호소카와 전 총리의 출마 선언으로 아베 내각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아베 총리는 12일(현지시간) "에너지 정책은 도쿄도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과제"라며 "도지사로서 과제도 균형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4일 호소카와 전 총리가 "사가와큐빈(佐川急便)의 돈 문제로 총리를 사임했다. 그것을 도민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라며 대놓고 공격했다.
호소카와 전 총리는 운송회사 사가와큐빈으로부터 받은 차입금 1억엔을 갚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임했다.
정부·여당의 견제에도 호소카와 전 총리와 탈 원전 이슈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과 사민당의 지지를 받아 출마가 유력한 우쓰노미야 겐지(宇都宮健兒) 전 일본 변호사연합회장 등도 탈 원전에 공감하고 있어 단일 대오를 형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의 지도자를 뽑는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자민당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래서 호소카와 전 총리가 무소속 출마할 것이 유력함에도 제1야당인 민주당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