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은 일각의 우려를 깨고 초반부터 승승장구했다.
영화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격화하는 듯 보였지만, 폭발적인 영화의 흥행세에 논란은 소리소문없이 수그러들었다.
◇ 영화관에 울린 '박수' 그리고 예매 취소 영화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다루면서 픽션도 가미했다.
우리 사회에 남은 '노무현'이라는 가연성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의 논란은 익히 예상된 수순이었다.
인터넷에서는 "민주주의란 지금도 되돌아봐야 한다", "영화 자체로만 보자, 송강호 변론할 때 소름이 돋았다" 등 상찬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를 그만하라"를 포함해 노 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들이 첨예하게 맞섰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비방과 잡음은 영화에 대한 관심 쪽으로 방향이 선회했다.
네이버 평점은 개봉 직후 8.34점에서 15일 8.94점으로 올랐다.
실제로 영화를 본 관객들은 더 후한 점수를 줬다.
10점 만점에 9,8점(CGV), 9.7점(롯데시네마), 9.69점(메가박스)을 받았다.
영화제가 아닌 영화관에서 박수소리가 울리는 기현상마저 심심치 않게 일어나기도 했다.
◇ 사회드라마와 휴먼스토리의 결합 '통했다' '변호인'은 사회드라마와 휴먼스토리를 적절하게 '교배'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영화는 1981년 군사정권이 통치기반을 확고히 하고자 조작한 용공사건인 '부림사건'을 소재로 했다.
'노무현'이라는 소재를 '정의, 민주, 공화'라는 이상적인 대사들로 포장하며 민주주의가 있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을 담았다.
국정원 댓글사건, 철도 민영화 논란 등 사회적 현안들이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 형국에서 사회적 정의와 이상을 추구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줬다.
그러나 영화가 무겁기만 했다면 크게 성공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송강호와 오달수는 유머를 이용해 딱딱한 드라마를 윤활유처럼 부드럽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눈물과 웃음을 적절하게 구사하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둬온 투자·배급사 NEW의 색깔도 영화에 일정부분 드러난다.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도가니' 이후부터 대부분 흥행하는 영화들은 시대와 맞물린 작품들"이라며 "영화가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한편, 공론장 역할도 수행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영화평론가 정지욱 씨는 "영화가 단순히 오락의 대상으로뿐 아니라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변호인'의 흥행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스크린 싹쓸이로 다른 좋은 영화들이 사장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 불법파일 악재도 돌출 '변호인'은 1천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영화의 동영상 파일이 불법으로 유출되는 곡절도 겪었다.
배포된 영상은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를 캠코더로 촬영한 일명 '직캠' 영상이었다.
'해운대'(2009)와 '박쥐'(2009), '건축학개론'(2012) 등이 유출된 적은 있지만 천만 돌파를 앞둔 영화의 파일이 유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해운대'도 천만을 돌파하고 국내 상영을 거의 끝냈을 즈음 유출됐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루고, 영화 개봉을 앞두고 '평점 테러' 등이 이뤄진 점에 비춰 일부 극우 단체의 소행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배급사 측은 사이버 수사 의뢰와 저작권보호센터 조사 등 모든 수단을 마련해 최초 유포자와 불법 게시자 등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 '괴물' 기록 깰까? '변호인'이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보유한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깰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아직 300만가량이 남아있어 쉽지 않지만, 여전히 예매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고, 좌석점유율 등 수치가 좋아 배급사 측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NEW 마케팅본부의 박준경 본부장은 "바람이긴 하지만 속도로 보나 호응도로 보나 기록 달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건 아니다"며 "설 연휴기간까지만 동력을 이끌어간다면 기록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