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주로 양계농가에 피해를 준 조류인플루엔자(AI)가 이번에는 오리농장에서만 발생할까? 철새가 과연 AI를 전파시켰을까?
이번 AI에 대한 여러 의문이 이는 가운데 'AI 주범'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고창과 부안 일대 오리농장에서 AI가 발병한 것은 근처 저수지에 날아든 가창오리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오리 떼가 농장 위를 지나며 남긴 분변이 환기구를 통해 내부로 유입되었거나 작업자 신발 등에 묻어 전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조류단체 관계자들은 가창오리가 오히려 이들 농장으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주장한다.
멀리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가창오리가 동림저수지에 월동한 지 벌써 70여일째.
AI에 감염됐다면 잠복기간인 21일을 넘겨 이미 죽은 가창오리가 발생했을 텐데, 지난주 고창 씨오리 농장 발병과 함께 폐사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이종철 고창 조류협회장은 "철새가 AI를 퍼뜨린 주범으로 말들 하는데 오리농장에서 옮은 것으로 본다. 축산농가의 분뇨가 저수지에 흘러들면서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AI에 감염된 철새가 한반도로 오기 전에 죽을 가능성이 크고 오히려 집오리와 닭에서 철새로 바이러스가 옮길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농장의 밀식사육과 비위생적 환경, 농가의 낮은 방역의식이 AI 발병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명확한 근거 없어 책임 공방만 뜨겁다.
환경단체도 전파 경로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 원인을 철새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22일 성명을 내고 "철새가 AI 확산에 주범이라는 주장은 성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정부는 고창 농장과 동림저수지에서 폐사한 오리에서 고병원성인 H5N8형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야생철새에서의 유입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했다"면서 "이 판단이 발생 원인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규명 없이 내린 성급한 결론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철새에게만 '혐의'를 두지 말라는 근거로 H5N8형 AI가 철새에서 가금류로 이동했다고 단정 짓기 어렵고, 철새와 축산 농가와의 감염 경보가 불분명하다는 점, 폐사 원인을 병원성 AI로만 해석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이 단체는 정부가 '철새 주범론'을 고집하려면 ▲자연 상태인 시베리아에서 고병원성인 H5N8이 발생하게 된 배경 ▲폐사 오리의 현황과 H5N8와 연관성 ▲동림저수지, 영암호 등에서 추가 폐사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 등을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2003년 이후 지속·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AI에 대해 체계적인 발병 원인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AI 철새 주범' 논란은 올해뿐 아니다. AI가 발병할 때마다 되풀이된 공방이다. 이를 규명할 책임이 정부와 학계에 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