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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믿고 소송했지만…그들은 왜 낭패를 봤나

사건/사고

    '전관예우' 믿고 소송했지만…그들은 왜 낭패를 봤나

    대형로펌 취직해 변호인 이름 안 올리고 사건 조종하기도

    자료사진

     

    K건설사는 실물 거래 없이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오다 2002년 국세청 세무조사에 적발됐다. 세무당국은 K사에 2004년 법인세 5600여만원을 추가 부과하도록 처분했다.

    또 이 가운데 일부 금액이 K건설사 대표이사 서모(57)씨에게 지급된 것으로 보고 서씨에게 소득세 및 주민세를 부과 처분했다.

    이에 서씨는 한 중견로펌의 A변호사를 찾아가 법인세 및 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상담한 뒤 함께 소송을 진행했다. A변호사는 행정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전관'이었다. 하지만 서씨는 패소했다.

    소득세에 더해 가산금 4000여만원까지 물게된 서씨는 이번에는 A변호사와 로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A변호사가 전관예우의 득을 보게 해 주겠다 했으면서도 소송에서 졌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변호사가 '내가 행정법원 출신인데, 법원에 후배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전관예우가 있으니 이 소송에서 이길 수 있다'는 말을 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서씨는 이 소송에서도 졌다.

    '전관예우'는 판사나 검사를 하다가 직책에서 물러나 변호사 개업을 한 사람에게 법원이나 검찰이 유리한 처분을 내려주는 관행이다. 법조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면서 퇴직한 뒤 1년동안 마지막 근무지의 사건을 맡을 수 없도록 하는 '전관예우금지법'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전관예우의 뿌리가 여전히 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사기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가 전관예우를 약속했으면서도 지키지 않았다며 고등법원장 출신 변호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패소하기도 했다. 법원은 전관예우를 약속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러한 종류의 소송이 종종 벌어지곤 하는 것은 전관예우가 아직 남아있다는 방증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전관예우'를 검색해보면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를 선임하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나'라든지 '전관예우 변호사 선임하려면 얼마나 드나' 등 질문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만큼 소송에 이기기 위해 '전관예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철마다 대형 로펌들이 법원장이나 검찰 고위직을 변호사로 영입해 데려가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것 역시 그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한 변호사는 "아무래도 고위직이 퇴직해 로펌에 가게되면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끼지 않겠나"라며 "요즘에는 많이 사라졌지만 재판관의 재량이 좀더 부여되는 형사 하급심에서는 전관의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판사는 "부장판사로 있다가 나간 한 법조인은 월 6500만원(세후)을 받는 조건으로 나갔다고 하더라"라며 "전관 변호사 비용은 최소 5000만원~1억원까지 들기도 한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결국 승소를 원하는 의뢰인들이 전관 변호사를 찾고, 로펌들이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전관 변호사를 고액 연봉을 주며 발굴하는 실정이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중소형 로펌의 경우 사무실 사무장들이 전 법원장이나 부장판사 등 전직 고위 법조인의 이름을 팔며 영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관예우금지법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된다. 고위 법관들이 로펌에 들어가 특정 사건 변호인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현직 후배에게 전화로 청탁을 하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러한 전관예우 관행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 변호사는 "10년전만 해도 고위직을 그만두고 1년만 변호사 하면 평생 먹고 살만큼 번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라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눈에 띄게 좋아졌고 형사 사건에서만 일부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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