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의 갑부 투자자가 빈부격차에 대한 비판을 '나치 파시즘'에 비유해 물의를 빚었다.
27일 미국 허핑턴포스트와 영국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벤처캐피털 업계의 '큰 손' 톰 퍼킨스(82)는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독자 편지 코너에서 미국 '1% 부유층'에 대한 진보진영의 공격과 독일 나치의 유대인 탄압 사이의 연관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퍼킨스는 2011년부터 계속된 '월스트리트 점거(occupy) 운동'과 최근 고소득 IT(정보기술) 종사자들을 성토하고자 구글 통근 버스를 막아선 저소득층 집회 등을 거론하면서 미국 사상계에 매우 위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진보판 '크리스탈나흐트'(Kristallnacht)의 도래가 우려된다면서 부자 때리기'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어로 '수정의 밤'이라는 뜻인 크리스탈나흐트는 1938년 나치가 인종 말살 정책을 가동하면서 독일 전역에서 부유한 유대인 상점을 대거 약탈한 사건이다. 당시 박살이 난 유대인 가게의 유리창 파편이 거리에 가득 수정처럼 반짝거렸다는 일화 때문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글이 알려지자 현지 언론계와 학계 등에서는 '유치하고 몰상식한 주장'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유명 경제 블로거이자 칼럼니스트인 매슈 이글레이시아스는 "아주 박식하거나 사려 깊지 않아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입증했다"고 비꼬았다.{RELNEWS:right}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26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넷 칼럼에 "이런 장광설을 왜 WSJ가 실어줬는지 궁금하다. 이 사람 머리에 나사가 풀렸다는 사실을 우리가 아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는가"라고 독설을 날렸다.
퍼킨스는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 학부와 하버드대 MBA(경영학석사)를 졸업한 엘리트로 유명 벤처캐피털 업체인 KPCB를 창업하고 휴렛패커드(HP)와 뉴스코프 등의 임원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