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삼성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새 신입사원 채용제도가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10여일만에 사실상 무산됐다.
새 제도의 핵심인 대학별 추천인원 할당 규모가 알려진 게 지난 24일임을 감안하면 불과 나흘만이다.
삼성그룹은 28일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신입사원 채용제도 개편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대학총장 추천제로 인해 각 대학과 취업준비생 여러분들께 혼란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새 제도에 대한 '전면 유보' 방침을 밝혔다.
삼성 미래전략실 이인용 사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대학 총장추천제, 서류심사 도입을 골자로 하는 신입사원 채용제도 개선안을 전면 유보하기로 했다"면서 "학벌·지역·성별에 관계없이 전문성과 인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한다는 열린 채용 정신을 유지하면서 채용제도 개선안을 계속 연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전면 유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철회의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삼성이 "대학 서열화, 지역 차별 등 뜻하지 않았던 논란이 확산되면서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스스로 밝혔듯, 삼성조차도 감당하기 힘들 만큼 예상 밖의 거센 역풍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삼성의 이번 해프닝은 삼성이 그간 공들여 쌓아온 인재양성에 대한 사회적 명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다.
삼성은 다른 대기업집단에 비해 지방대는 물론 고졸도 중용하는 등 학벌을 따지지 않고 상대적으로 공정한 인사를 해온 기업으로 인식돼 왔다.
실제로 지난 달 삼성그룹의 사장단 승진 인사에선 오너 일가를 제외한 승진자 7명 가운데 'SKY' 명문대 출신이 1명밖에 없었다.
이른바 '스펙'이 변변치 않더라도 가능성을 보고 사람을 뽑아 키울 줄 안다는 점에서 글로벌 초일류 기업은 뭔가 다르구나 하는 찬사를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한 달여만에 기대를 무너뜨린 셈이 됐다. 삼성의 이번 해프닝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실업문제를 다시 들춰보는 계기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