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정정불안이 3개월째 지속되는 가운데 아르헨티나발 신흥국 금융위기,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축소 등의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태국 경제와 금융시장이 타격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태국증권거래소(SET) 지수는 전날 급락세를 보인 데 이어 28일에도 7.17포인트, 0.56% 하락세로 출발했다. SET 지수는 27일 1.98%, 26.04포인트 빠져 1,288.59로 떨어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내외 악재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된 경기침체, 금융시장 불안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태국중앙은행(BOT)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로 인한 정치 위기 등을 이유로 지난 22일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당초의 4%에서 3%로 내렸다.
BOT는 또 지난해 잠정 경제성장률도 3%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하향 조정했다.
태국은 지난해 수출 약세, 채무 부담으로 인한 가계소비 약화, 민간 및 정부 투자 둔화로 1, 2분기에 기술적 경기침체를 겪었다.
이후 3분기에 GDP가 전분기 대비 1.3% 성장해 기술적 침체는 벗어났으나 반정부 시위로 인한 정정 불안으로 민간 소비와 투자 심리가 모두 위축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를 매입하거나 통화를 시장에 푸는 정책)을 축소하면 환율, 증시 불안이 심화하고 경제가 더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바트화 가치는 지난해 말 달러당 33바트선으로 내려갔다가 최근 다소 회복되는 조정세를 보였으나 올해 1분기 말에는 달러당 34 바트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축소가 가시화되면 태국을 포함한 신흥 경제국들이 그 여파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태국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액이 1천181억달러에 이른다.
미국 양적완화 정책의 혜택을 받았던 태국은 미국이 이를 축소하면 자금 유출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흥국 금융위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구체화되더라도 태국은 이를 일정 수준 감내할 것이며 과거와 같은 금융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심각한 환율 불안세를 보였던 인도네시아, 인도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낙관론자들은 지난 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시발국이었던 태국이 그동안 외환보유고 확충, 변동환율제 도입, 통화스왑협정 체결 등으로 대외충격 흡수 능력을 꾸준히 개선해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태국은 외환보유고가 1천600억 달러 이상인데다 경상수지 적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1.2%로 크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1월말 현재 대외 채무는 139억달러로 전달에 비해 26억달러 감소했으며, 대외 채무 중 단기 외채 비중은 약 43%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