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AI)가 더 확산하지 않아야 할 텐데…."
2일 AI가 발생한 경남 밀양시 초동면 양계 농가 인근 마을의 노인 2명이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먼발치에서 농가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주민 조모(72)씨는 "정부에서 어느 정도 보상이야 해 주겠지만 향후 생계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정모(81)씨는 "AI에 어쩌다가 감염된 지는 모르겠지만, 정성스럽게 돌보던 닭들을 살처분하는 마음이 오죽하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해당 농가에서는 내부 방역 작업이 한창이었다.
밀양시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등 방역 당국은 양계장과 닭 분변, 사료 등에 생석회를 뿌려 소독 처리했다.
혹시 남아 있을 AI 바이러스가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 농가가 키우던 9천400마리의 닭은 이미 살처분됐다.
외부 전파를 막으려고 농가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밀양시 공무원 등의 방역 작업복은 모두 태워 없앴다.
농가를 오가는 방역 차량도 소독을 철저히 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방역 관련자를 제외하고는 농가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장 주인과 가족 등 4명은 지난달 28일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후 6일째 바깥출입을 못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장주 등은 두문불출한 채 상심한 가운데 농가 내 방역 작업을 거들고 있다고 밀양시 공무원은 전했다.
1일에는 다른 지역에 있는 가족 1명이 농가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방역 공무원에게 부탁해 장을 본 음식과 반찬 재료를 넣어 주고서 발길을 돌렸다고 덧붙였다.
마을 입구에서 방역 통제 초소를 지키는 밀양시 초동면사무소 직원 이모(33·여)씨는 "면사무소 직원 16명이 24시간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면서 "고향이 다른 지역인 공무원들은 대부분 집에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얀 마스크와 방역복을 착용한 이씨는 "이 곳 주민들은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있으며, 마을을 찾는 설 귀성객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남도는 전날 부산의 양계농가에서 AI 의심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밀양·김해·양산·창원·창녕 등 5개 시·군의 방역 초소를 92곳에서 100곳으로 늘렸다.
또 부산과 인접한 김해·양산지역 농가에서 키우는 가금류를 수매해 예방적 살처분을 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1일 AI 발생 농가에서 반경 3㎞ 이내에 있는 7농가 8만 9천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