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전력 강화에 대한 대응 조치로 미-러 핵무기감축조약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하일 울리야노프 러시아 외무부 안보·군축 담당 국장은 1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러시아의 이해와 불만을 고려치 않고 MD 전력을 계속 증강시키고 있는 상황이 우려를 불러 일으킨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울리야노프 국장은 "미국의 MD 전력 강화 정책은 러-미 양국 간 전략적 안정성을 훼손시킬 위험이 크며 러시아의 신(新) 전략무기감축 조약 탈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미국은 지난 2010년 10년 기한의 '제3차 전략공격무기 추가 감축·제한조약(신 전략무기감축조약)을 체결했다. 조약은 양국이 실전 배치한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대륙간탄도미사일(SLBM), 전략 폭격기 등을 추가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울리야노프는 조약 문안에도 '조약 내용과 관련한 비상 상황이 조약 당사국 중 일방의 최상위 이익을 위협할 경우 조약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며 러시아의 조약 탈퇴 경고가 단순한 위협이 아님을 강조했다. 러시아는 2010년 조약 체결 당시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MD 전력 증강을 조약 탈퇴 명분이 되는 비상 상황의 하나로 규정한 바 있다.{RELNEWS:right}
울리야노프 국장은 인터뷰에서 미국 MD의 현 수준이 러시아의 전략적억지력(핵 억지력)을 위협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순 없지만 그 수준에 이를 때까지 러시아가 손을 놓고 기다릴 순 없다며 미국의 MD 전력 증강에 따른 단계적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MD 관련 러-미간 협상이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져 있지만 이란이나 시리아 문제 해결 과정이 보여주듯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가장 어려운 문제 해결도 가능하다"며 러시아는 MD 문제에서 미국과 합의점을 찾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