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위기에 떨고 있는 세계 금융시장이 3일(현지시간) 세계 경제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 우려까지 제기되자 휘청했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는 2% 넘게 떨어졌고 유럽과 아시아 증시는 1%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으며 브라질 증시는 3% 이상 내려갔다.
불안감이 퍼지면서 미국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 가격은 상승했고 미국 달러화는 유로화, 일본 엔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였다.
◇뉴욕증시 2% 이상 급락…브라질 증시 3% 이상 추락
미국과 유럽 증시가 큰 폭으로 떨어졌고 브라질 증시는 3% 이상의 하락세를 보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326.05포인트(2.08%) 떨어진 15,372.80에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40.70포인트(2.28%) 낮은 1,741.89를, 나스닥 종합지수는 106.92포인트(2.61%) 내린 3,996.96을 각각 기록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날보다 0.69% 내린 6,465.66으로 거래를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지수도 1.29% 하락한 9,186.52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지수 역시 1.39% 떨어진 4,107.75에 각각 마감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50지수는 1.63% 내린 2964.78을 기록했다.
브라질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Bovespa) 지수는 3.13% 떨어진 46,147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3일(현지시간) 1.02% 떨어졌다. 급락세를 보였던 아르헨티나 페소화 환율은 지난 주말과 거의 같은 달러당 8.02페소로 마감됐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메르발(Merval) 지수는 1.09% 오른 6,084포인트를 기록했다.
한국의 코스피는 21.19포인트(1.09%) 내린 1,919.96으로 장을 마쳤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295.40포인트(1.98%) 하락한 14,619.13, 토픽스지수는 24.32포인트(1.99%) 떨어진 1,196.32로 거래를 마쳤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인도 증시도 하락했다. 중국과 대만 증시는 춘제(春節·설) 연휴를 맞아 휴장했다.
증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제임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배리 제임스 대표는 "올해 증시가 최대 20% 정도 하락한 뒤에 연말께 소폭 상승한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고 밝혔다.
◇불확실성 확대 우려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한 것은 불확실성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신흥국 위기로 가뜩이나 불안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의 지난 1월 제조업지수가 51.3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의 56.5와 시장의 전망치 56.0을 밑도는 것으로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이날 밝힌 1월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3.4로 전월보다 1.2포인트 하락했다. 이로써 중국의 비제조업 PMI는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이는 제조업 PMI가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중국의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를 부채질했다.
여기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파장과 신흥국 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1월에도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 달러 더 줄이기로 결정했다. 월 850억 달러에 달했던 연준의 자산매입 규모가 650억 달러로 줄어들게 됐다.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는 신흥국 위기를 가중할 우려가 있다.
신흥국 위기 확산 여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이번 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의 기초 체력이 양호한 헝가리, 폴란드는 물론 캐나다와 노르웨이 등의 통화까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위기가 일부 취약국에서 신흥국 전반과 일부 선진국으로 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신흥국들에 긴급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투자자들 위험 기피…엔·달러 환율 100 엔대로 하락
위기가 고조되자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금값은 주식시장의 급락세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되살아나면서 3거래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4월물 금은 지난주 종가보다 20.10 달러(1.6%) 오른 온스당 1,259.90 달러에서 장을 마쳤다.
미국의 국채도 가격이 상승해 수익률(금리)이 하락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0.068%포인트 내려간 2.582% 선에서 움직였다. 지난해 말 10년 만기 미국 국채의 수익률은 3% 정도였다. 5년물과 30년물 국채 수익률도 0.062∼0.068%포인트 떨어졌다.
펀드 동향을 살피는 리퍼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현재 투자등급 이하의 채권인 정크본드에 투자하는 채권 펀드에서 9억 달러 이상이 빠져나갔다. 이는 지난 8월 말 이후 최대 규모의 매도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