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정부가 사회주의 혁명을 이끈 피델 카스트로(87)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사진에서 그가 낀 보청기 이미지를 없애고 언론에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AP 통신은 쿠바 정부가 제공한 사진 150장을 검토한 끝에 이같이 디지털 조작된 사진 7장을 찾았다면서 자료보관실(아카이브)에서 이들을 삭제하겠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문제의 사진은 쿠바 수뇌부의 사진 배포를 맡는 국영 '에스투디오스 레볼루시온'(Estudios Revolucion)이 최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제2차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 때 발행한 것들이다.
AP와 다른 언론들은 이들 사진을 받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송출했다.
AP 측은 사진은 반드시 실물을 반영해야 하며 실물을 바꾸는 어떠한 요소도 가감될 수 없다는 게 자사 원칙이라고 말하고, 카스트로 전 의장의 많은 사진이 조작돼 이 원칙을 어긴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덧붙였다.
AP 측은 사진 편집자들이 지난달 29일 카스트로 전 의장과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의 회동을 담은 사진에서 이상한 점을 찾아내고 피델의 아들 알렉스 카스트로로부터 고화질의 원본 사진을 받아 대조한 결과 차이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아들이 제공한 원본 사진은 에스투디오스 레볼루시온이 배포한 것에는 없는, 카스트로 전 의장 귓속의 가는 전선(wire)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AP는 이를 카스트로 전 의장이 사용하는 보청기로 판단했다.{RELNEWS:right}
알렉스 카스트로는 카스트로 전 의장이 위중한 질병으로 2006년 권좌에서 물러난 이래 배포된 카스트로 전 의장의 사진 대부분을 찍어왔다. 알렉스는 AP의 요청을 받자마자 원본 이미지 파일을 제공했고, 쿠바 당국이 배포하기 전에 사진을 조작했는지는 몰랐다고 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쿠바에서는 대체로 피델 카스트로의 권위와 사회안정 등을 고려하는 듯 그의 건강이 악화했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면 강력히 부인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