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덤해도 눈물은 나요' 이상화가 12일(한국 시각) 소치올림픽 빙속 여자 500m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소치=임종률 기자)
이상화(25, 서울시청)는 '빙속 여제'답게 특유의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듯했다. 하지만 4년 동안 뼈를 깎는 노력의 결실에 눈물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상화는 12일(한국 시각)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올림픽 신기록으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차 레이스에서 37초42로 1위에 오른 이상화는 2차에서 37초28의 올림픽 신기록까지 세웠다. 합계 기록 역시 올림픽 기록이었다.
지난 2010년 밴쿠버 대회에 이어 올림픽 2연패다. 지난해 세계신기록을 네 차례나 세우며 36초36의 범접할 수 없는 고지에 오른 이상화는 세계 최강임을 재확인했다.
일단 이상화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밴쿠버 때 한번 경험해서 굉장히 무덤덤하다"는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당당하고 냉철하기로 유명한 여제다운 첫 마디였다.
하지만 곧이어 "시상식 때 눈물이 난 것 같다"고 하자 "그건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결과를 보면 눈물이 날 수밖에 없다"면서 "감동이 밀려와서 눈물이 났다"며 벅찬 감동을 시인했다. 이어 금메달을 따낸 순간 든 생각에 대해 묻자 "해냈구나!"라는 답이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여제였지만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위해 4년 동안 흘린 땀을 생각하면 당연했다. 이상화는 "1차 레이스가 끝나고 2차 준비를 위해 자전거를 타는데 그동안 해왔던 게 생각나서 눈물이 나더라"고 말했다. 새벽부터 고된 훈련을 해왔던 그동안의 노력이 저절로 묻어나는 대목이다.
과정도 쉽지 않았다. 이상화는 "2연패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다시 할 수 있을까 의문도 들었다"면서 "이런 긴장감에서 레이스를 할 수 있을까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다른 선수들의 상승세도 있고 왼무릎이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모든 것을 이뤄냈다. 이상화는 "두려움을 이기고 다시 해내서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이어 "밴쿠버 때 깜짝 금메달을 땄다는 말이 너무 듣기 싫어서 더욱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친구들에 대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남자 5000m 이승훈과 500m 모태범(이상 대한항공)이 노메달에 그친 데 대해 이상화는 "친구들이 메달을 따지 못해 속이 상했다"면서 "이제 내 금메달에 힘을 얻어 잘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승훈은 1만m와 팀 추월, 모태범은 1000m 경기를 치른다.
이상화 역시 1000m 경기에 나서지만 주종목이 아닌 터라 "그냥 도전하는 마음으로 즐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이 끝나고 소치 바다를 걷고 싶은데 철창으로 막혀 있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