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획사 대표="" a씨="">
-한 달에 수백팀 등장 '가요계=전쟁터'
-스텔라 MV,선정성 끝까지 다 보여줘
-생존위한 자극적 진화, 그 끝은 미지수
<김성수 문화평론가="">
-도넘은 섹시코드 걸그룹만 비난못해
-'19금' 내걸어 면죄부 얻고가
-콘텐츠 소홀해지면 한류지속 '위험'김성수>연예기획사>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 (연예기획사 대표), 김성수 (문화평론가)
4명의 여성이 까만 수영복을 입고 무대 위에 올라옵니다. 다리에는 망사스타킹, 발에는 하이힐이 신겨져 있습니다. 무대를 향해서 엉덩이를 흔들고요. 무대 위에 누워서 춤을 추기도 합니다. 무슨 성인클럽에서나 볼 법한 무대다, 이런 생각이 드시죠? 그런데 요사이 TV를 틀면 쉽게 이런 장면을 볼 수가 있습니다. 요사이에 쏟아져 나오는 걸그룹들 얘기입니다. 최근에는 스텔라라는 걸그룹이 성인화보를 연상케 하는 사진을 SNS에 올려놓고 ‘좋아요’ 버튼에 따라서 모자이크를 하나씩 벗겨나가는 이벤트를 하기도 했습니다. 걸그룹들의 이런 모습, 과연 이걸 예술이라고 넘겨야 할까요? 오늘 함께 생각해 보죠. 먼저 가요계의 현실을 얘기해 줄 분이세요. 매니지먼트사 대표 한 분을 익명으로 연결해 보죠. 대표님, 나와 계십니까?
◆ OOO>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금 기획사를 운영하고 계신다고요? 그러면 이른바 아이돌들 매니저를 하시는 건가요?
◆ OOO> 지금은 아이돌 매니저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이돌 쪽하고 계속 관계는 있었고요, 17년 정도 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 김현정> 혹시 최근에 화제가 된 걸그룹의 뮤직비디오도 보셨어요?
◆ OOO> 네, 봤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보셨어요?
◆ OOO> 일단은 보일 수 있는 만큼을 다 끄집어내서 보여줬다고 생각을 하고요. 이른바 지금 가요계가 전쟁터인데, 그 전쟁터에서 보여주고 두각을 나타내기를 위해서 그 정도의 전략까지 쓰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드네요.
◇ 김현정> 지금 '전쟁터'라고 하셨어요. 어느 정도길래 전쟁터라는 얘기입니까?
◆ OOO> 한 달이면 신인 걸그룹, 보이그룹 해서 가수들이 수백 팀이 나옵니다.
◇ 김현정> 한 달에 수백 팀이 나온다고요?
◆ OOO> 네, 기존에 있는 팀들까지 해가지고 싱글 시장이기 때문에 수백 팀이 나오는 와중에 거기에서 지금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특별한 것을 보여줘야 된다, 그런 부분에 대한 강박증이 생길 수밖에 없기는 하거든요.
◇ 김현정> 그럼 매니저들끼리 만나면 매니저분들 사이에서도 ‘저건 너무 했다’ 이런 얘기들 하세요?
걸그룹 걸스데이(자료사진)
◆ OOO> 그렇죠. 그런데 어쩔 수 없이 현실에서 그거 아니면 내가 갖고 있는 가수들을 알리거나 보이거나 할 수가 없으니까 그런 부분으로 이해는 하고 있죠.
◇ 김현정> 확실히 섹시 콘셉트를 하면 반응이 금방 오나요?
◆ OOO> 일단은 언론에서 다뤄지기가 편하고요.
◇ 김현정> 노이즈 마케팅도 마케팅이니까?
◆ OOO> 그렇죠. 언론에서 다뤄지기가 편하고, 암묵적으로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서도 '과연 얼마만큼 야하기에,, 얼마만큼 섹시하기에' 하고 한 번씩 다 쳐다보게 되거든요.
◇ 김현정> 그럼 그런 노이즈 마케팅을 해서 야한 것으로 화제가 되고 나면 방송에서 섭외도 실제로 많이 오나요?
◆ OOO> 그렇죠. 아무래도 PR을 하기도 편해지고, 그쪽에서 찾아서 섭외가 들어오기도 하고요, 이름이 알려졌으니까요.
◇ 김현정> 그런 섹시 콘셉트로 화제가 되고 나면 그 밑에 댓글, 악플이 엄청나게 달리는데, 그것도 성공한 거라고 그 업계에서는 보는 건가요?
◆ OOO>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죠.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는 멤버들이 솔직하게 아이돌들이잖아요. 아이돌들이라고 하면 아직도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 많은데, 그런 부분에서 상처는 받을 겁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때 만약 말입니다. ‘저 이거 하기 싫어요. 이런 망사스타킹 같은 거신기 싫어요’라고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닌가요?
◆ OOO> 팀이잖아요. 팀이고, 단체고. 자기 팀이 살아 남아야지 나도 살아남는 거고. 그런 부분에서 반대 의견을 내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이 돼요.
◇ 김현정> 말하자면 연습생 생활을 요즘 다 거치잖아요. 한 2,3년, 많게는 5년 이렇게 연습생 생활을 거쳐서 팀이 되는데 내가 이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 팀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 OOO> 그렇죠. 그 팀의 콘셉트에 대해서 순종하지 않는 멤버를 계속해서 끌고 나갈 수 없는 그런 부분도 있죠.
◇ 김현정> 순종하지 않으면 빠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 그럼 아이돌 그룹 한 팀 키우는 데는 돈이 얼마나 드나요?
◆ OOO> 많이 들죠, 천문학적이죠. 일단은 숙소부터 해서 의상, 안무, 노래, 콘셉트까지 해서 정말 천문학적으로 듭니다.
◇ 김현정> 대충 어느 정도 계산이 나올까요?
◆ OOO> 적게 말하면 한 2~3억 정도부터해서 5억~7억 정도까지 드는 경우도 있고요.
◇ 김현정> 한 팀 데뷔시키는데?
◆ OOO> 그렇죠. 그만큼 준비기간이 있는 거고, 그 기간 동안에 들어가는 비용도 무시를 못하는 거니까요.
◇ 김현정> 그러면 그렇게 2~3억 들여서 혹은 5억~7억 들여서 데뷔시켰는데도 그 수백 팀 중에 한두 팀 빼고는 다 사라진다는 거잖아요?
◆ OOO> 그렇죠.
◇ 김현정> 그러다 보니까 더 섹시 콘셉트, 더 벗어야 한다, 눈에 띄어야 한다?
◆ OOO> 살아남으려면 더 자극적이어야 한다, 눈에 띄어야 한다. '저 팀은 망사스타킹을 입었으니 우리 팀은 스타킹을 찢어야 된다, 그 다음 팀은 란제리를 어떻게 해야 된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씩 계속 진화가 되겠죠. 자극적인 진화가 되는 거죠. 그런데 과연 이 끝이 어떻게 될지는... 참, 미지수입니다.
◇ 김현정> 개인적으로 우리 대표님 보시기에는 이런 현실 어떠세요?
◆ OOO> 일단 저는 딸 둘을 키우고 있는데 뭐랄까, 너무 여성을 성상품화를 한다는 그런 콘셉트로 해서 과연 이들이 이렇게 했을 때, 그것을 보고 동경하고 따라하는 어린 친구들이 과연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아이들이 어떻게 할지라는 그런 부분에 대한 우려가 좀 있죠.
◇ 김현정> 그럼 이런 식으로 해서 처음에는 눈에 띈다고 해도 ‘과연 오래갈 수 있는가, 롱런할 수 있는가’ 이런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업계 전문가로서?
◆ OOO> 더 이상 자극적인 걸 내놓지 못했을 때 과연 더 이상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들, 아마 모든 사람들이 할 거예요.
◇ 김현정> 하면서도, 매니저들은 다 전문가니까 그걸 알면서도 당장은 눈에 띄어야 되니까 할 수 없이 하는 거예요?
◆ OOO> 그렇죠, 살아 남아야 되니까.
◇ 김현정> 지금 저와 대화를 나누고 계시는 대표께서도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시는데, 어쩌면 비판을 하고 있는 분께서도 언젠가는 섹시 콘셉트 유혹에 빠지실 수도 있는 거네요, 알 수 없는 거네요?
◆ OOO> 그렇죠. 진짜로 긴 시간과 거액의 돈을 투자를 해서 준비를 했는데, 과연 이렇게 내놨다가 알려지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상황이 된다면 과연 나라고 그 유혹을 떨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는 하죠.
◇ 김현정> 이번에 논란이 된 걸그룹 같은 경우에는 이미 노래를 전에 발표 했었어요. 그때는 발랄한 콘셉트로, 귀여운 콘셉트로 갔는데 별 반응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번에 이렇게 섹시 콘셉트로 한번 이슈가 되고 나면 도대체 몇 배 정도나 매출이 오를까요?
◆ OOO> 지금 가요계는 말 그대로 수익이라는 부분이 음원하고 방송을 통해서 유명세를 띤 걸로 행사 들어오는 그런 부분들인데...
◇ 김현정> 음원과 행사수입?
◆ OOO> 그렇죠. 그게 거의 주예요, 요즘은요. 그러다 보니까 유명세를 타게 되면 아무래도 섭외가 많아지고 그런 부분에서 한 번씩 나가 게 되면 몸값이 올라가다 보니까 그렇게 안 해서 안 알려졌을 때와 이렇게 해서 알려졌을 때의 차이는 많게는 진짜 몇십 배 이상에서 몇백 배까지도 날 수 있겠죠.
◇ 김현정> 몇 백배 차이까지도 가능할 거다?
◆ OOO> 엄청난 차이가 날 수 있죠.
◇ 김현정> '전쟁터'라고 지금 표현을 해 주셨는데, 그 한 마디로 다 설명이 되는 것 같네요. 전쟁터 속에 살아남기 위한 섹시 전쟁. 알겠습니다. 지금 가요계 현실이 어떤지 생생하게 전해 주셨어요. 오늘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 매니지먼트사를 운영하고 있는 기획사 대표를 먼저 연결해 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앞으로 우리 문화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고 전망을 할까요? 문화평론가 김성수 씨를 이어서 연결을 해 보죠.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 김성수> 안녕하세요, 김성수입니다.
◇ 김현정> 최근 화제가 된 걸그룹의 뮤직비디오, 어떻게 보셨어요?
걸그룹 스텔라 뮤직비디오(자료사진=캡처)
◆ 김성수> 기본적으로 뮤직비디오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정리를 하자면, 첫 번째는 의상입니다. 일단은 기본적으로 세미누드가 나오죠. 그리고 춤을 추는 안무가 들어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스타킹만 착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의심스러운 그런 의상을 입고 춤을 춘다는 거고요.
두 번째로 안무입니다. 안무가 과하게 유혹적인 그런 몸짓들을 하는데 과거 어떤 뮤직비디오보다 굉장히 강화돼서 안무가 되어 있고.
그리고 세 번째가 성행위들을 연상시키는 상징적인 그런 이미지들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우유를 먹다가 흘리는 장면 같은 경우가 그런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종의 섹시 코드들이 아주 과감하게 뮤직비디오에서 들어가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 코드들을 읽어내는 그런 사람들이 이 뮤직비디오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데 이번에 나온 그 걸그룹의 뮤직비디오가 도가 지나치다 보니까 지금 굉장히 크게 논란이 됐지만, 사실은 그 전에, 직전에 나왔던 걸그룹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어요. 섹시 콘셉트를 경쟁적으로 지금 주고받고 있습니다?
◆ 김성수> 그렇습니다. 실제로 AOA의 짧은 치마 같은 경우도 이미 뮤직비디오에서 상당히 문제가 되는 그런 안무들이 있었고요. 이게 일종에 하나의 시스템이 되어 버린 거예요. 이번에 문제가 된 스텔라라고 하는 걸그룹도 여러 가지 콘셉트로 도전해 봤지만 결과적으로는 섹시밖에 통하는 게 없다.
◇ 김현정> 통하는 게 없으니까, 아무리 다른 거 해도 안 봐주니까?
◆ 김성수> 그래서 멤버 중의 하나는 이렇게 구설수가 되는데 트위터에는 ‘나는 지금 행복하다’ 이렇게 올렸거든요. 그것은 그만큼 아주 절실하게 관심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런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보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이 이러한 선정적인 그런 장면들이 들어가야 된다, 이렇게 보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이미 하나의 시스템이 됐기 때문에 그 시스템을 놓고 어떻게 보면 하나의 걸그룹만을 비난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되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 김현정> 우리가 우려할 수밖에 없는 지점들, 어떤 걸까요?
◆ 김성수>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로 콘텐츠라고 하는 것은 노래와 안무를 포함한 모든 퍼포먼스를 다 아우르는 상품이 될 텐데요. 그 콘텐츠를 개발할 때 특정하게 자극을 주기 위한 쪽으로만 발달하게 되겠죠. 그렇게 되면 실제로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 그 자체는 소홀해지는 경향들이 자꾸 생겨나게 됩니다. 실제로 우려되는 부분들이 많이 있고요.
그리고 우리가 지금 한류를 계속 이어나가려고 한다면 대체제로서의 우리 상품의 위치가 있거든요. 미국의 상품이라든가 일본의 아주 생경하고 낯선 상품들을 소비하기보다는 한국이라고 하는 일정 정도 유교적인 도덕관 아래에서 걸러져 있는 그런 상품들을 많은 아시아나 이런 쪽의 사람들이 대체재로서 소비를 하게 되는데, 그런 지위가 사라지게 됩니다.
◇ 김현정> 그걸 좀 쉽게 풀자면 서양의 가요계는 이미 상당한 섹시 코드들을 막 쓰잖아요. 그것과 차별되는 우리 것들이 있었는데, 우리가 그것을 놓아버리는 순간 아시아권에서의 한류의 지위는 상당히 떨어질 거다?
◆ 김성수> 그렇죠. 특히 중국이라든가 유교권이라고 일컬어지는 그런 국가들에서는 한국이 차지하고 있는 독보적인 위치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게 되는 것이죠. 그런 측면들을 고려를 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당장 눈앞의 시장 때문에 더 큰 것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산업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그렇고요. 이것이 문화적인 측면, 특히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들이 주로 이렇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사회문화적인 측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보세요?
◆ 김성수> 기본적으로 19금이라고 하는 걸 내건 것도 하나의 작전이라고 보거든요.
◇ 김현정>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 김성수> 그러니까 청소년들에게 갈 수 있는 어떤 영향들에서보다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아예 대놓고 19금이라고 하는 그러한 형태의 기준을 내세우는 거죠. 그래서 성인들을 우리는 공략했다, 이렇게 보고 있는데요.
◇ 김현정> 일단 면죄부를 얻고 가는 거예요, 청소년들 보라고 한 거 아니다..이런 식으로?
◆ 김성수> 그렇죠. 지금 제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이렇게 과한 선정적인 것이 아이들에게 어떤 충격을 준다거나 어떤 상처를 준다는 그런 측면들보다도 오히려 표현의 자유라고 하는 것을 억압하는 형태로 규제를 강화하는 식으로 갈 수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됐을 때는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가 소중한 권리들을 잃어버릴 수가 있는 것이죠. 이미 벌써 이런 걸그룹의 선정적인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어떤 규제를 해야 되느냐 하는 논의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논의들은 굉장히 퇴행적인 것이지만 지금 현재의 현실을 보고 이 논의에 반대를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들이 좀 더 낳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그런 권리들, 그런 권리들이 침해당하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