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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피겨 황제' 플류셴코 기권·은퇴로 충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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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피겨 황제' 플류셴코 기권·은퇴로 충격(종합)

    • 2014-02-14 21:45

    "많은 승리 안겨줬다" 격려와 "장애인 내보낸 꼴" 비난 함께 쏟아져

    부상으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기권한 러시아의 피겨 선수 예브게니 플류센코가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팅 팰리스 경기장을 떠나며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2연패를 노리던 러시아 '피겨 황제' 예브게니 플류셴코(31)의 개인전 기권과 은퇴 선언으로 러시아가 충격에 빠졌다.

    현지 언론은 앞다퉈 이 소식을 전했고 일부에선 애초 플류셴코를 소치 올림픽에 내보내지 말았어야 한다는 비판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 '피겨 황제' 기권·은퇴 선언 = 플류셴코는 13일 저녁(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 대회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경기 직전 기권을 발표했다.

    경기를 앞두고 링크에 나와 몸을 풀던 플류셴코는 트리플 악셀 점프를 시도하고는 갑자기 허리를 붙잡고 고통을 호소하더니 알렉세이 미쉰 코치와 상의하고서 심판석에 다가가 기권을 통보했다.

    플류셴코는 곧이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은퇴 의사도 밝혔다. 그는 "신께서 '이제 충분하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면서 "나이는 괜찮지만 이미 12번의 수술을 거친 터라 몸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연습에서 트리플 악셀과 쿼드 토룹을 뛰면서 심하게 넘어졌다. 오늘 아침 연습에서는 거의 점프를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출전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트리플 러츠와 트리플 악셀을 시도했지만 그 뒤 허리에 칼을 꽂는 듯한 통증을 느껴 더는 연습을 할 수가 없었다"고 이해를 구했다.

    미쉰 코치도 "예브게니의 진료카드를 쌓으면 5m는 될 것이다. 척추에는 4개의 볼트가 꽂혀 있고 인공디스크가 들어가 있다. 이런 상태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브게니가 소치 올림픽 뒤 링크로 돌아올 수 있다면 피겨 스케이팅이 장애인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는 경우밖에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플류셴코는 지난해 1월 말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쇼트 프로그램 연기를 펼치던 도중 넘어져 심한 부상을 당했다. 이후 곧바로 이스라엘로 날아가 척추 디스크를 인공 디스크로 바꾸는 대수술을 받았다.

    플류셴코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2002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준우승한 러시아 피겨의 자존심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허리 부상에 시달린 그는 소치올림픽에서 남자 싱글 출전권을 후배에게 미루고 단체전에만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그를 대신해 러시아 대표로 선발된 막심 코프툰(19)이 유럽선수권 대회에서 5위에 머무는 등 부진을 보이자 다시 러시아 대표로 복귀했다.

    그는 앞서 10일 치러진 단체전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2위, 프리스케이팅에서 1위에 올라 개최국 러시아가 단체전의 초대 우승국이 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 격려-비판 목소리 동시에 쏟아져 = 플류셴코의 기권과 은퇴 소식이 알려지자 현지에선 격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동시에 쏟아졌다. 미쉰 코치는 "팬들에게 이 사건을 비극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이해심을 갖고 바라보자는 부탁을 하고 싶다"며 "예브게니가 선수로 뛸 동안 받은 메달과 쌓은 공적을 존중하자"고 호소했다.

    러시아 피겨 스케이팅 연맹 회장 알렉산드르 고르슈코프도 "제냐(예브게니의 애칭)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스포츠에선 모든 일이 있는 법이다"며 그를 위로했다.

    하원 문화·체육위원회 위원 바실리 셰스타코프는 "예브게니는 이미 너무나 많은 승리를 우리에게 안겼고 멋진 경기들로 우리를 기쁘게 했다"며 "그에게 힘든 이 시기에 우리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격려를 보냈다.

    하지만 극우민족주의 성향 정당 '자유민주당' 당수로 독설가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는 "가장 강하고 건강한 사람들이 모이는 올림픽에 장애인을 내보낸 꼴"이라며 "플류셴코에게는 지팡이를 쥐어 줬어야 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물어 피겨스케이팅 연맹 지도부 사퇴를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12월 올림픽 예선을 겸해 치른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던 코프툰을 내보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프툰은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습을 계속하며 단체전 경기 당일 새벽까지 교체 지시를 기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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