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자료사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위조사실을 중국정부가 확인한지 이틀이 지나도록 검찰은 실체적 의혹을 밝히는 과정은 외면한채 자기변명만 몰두해 비난을 사고 있다.
윤웅걸 서울중앙지검 제2차장검사는 17일 증거위조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자처했다.
윤 차장검사는 '유우성씨 출입경 기록(출입국 기록)'은 대검이 심양 한국영사관을 통해 공식 기록 발급 요청을 했지만 중국이 난색을 표하자 국정원의 도움을 받아 입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미 국정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유씨의 출입경 기록들은 증거로 쓰기에 부적합했는데, 발급기관 관인과 공증인 날인까지 찍힌 출입경 기록이 뒤늦게 입수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는 설명이다.
변호인측이 출입경 기록이 위조됐다고 의혹을 제기하자 화룡시 공안국이 출입경 기록을 발급했다고 확인해준 서류 역시 "외교부와 심양 한국영사관을 통해 공식요청한 것으로 화룡시 공안국으로부터 팩스를 통해 직접 받았다"며 심양 한국영사관의 팩스 송수신 기록을 공개했다.
출입경 기록에 오류가 있다는 변호인 주장에 대해서는 "존재하지 않는 출입경 기록이 덧붙여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중국 출입국 업무 종사자의 자술서를 공개하며 맞받아쳤다.
윤 차장검사는 2시간여 걸친 브리핑 내내 검찰측의 증거가 적법하게 입수됐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며 위조라는 중국정부의 입장을 사실상 '반박'했다.
"중국대사관이 공신력이 있지만 자국 국가기관에 대해 너무 폄하하는 듯한 보도태도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심양 한국영사관을 비롯한 중국에서 증거가 위조됐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여전히 모르쇠였다.
중국정부가 위조로 판단한 3건의 문서 모두 심양 한국영사관을 통해 입수됐지만, 문제의 문서를 영사관의 누가 취급했는지, 국정원이 어떤 경로를 통해 입수했는지 묻자 "우리는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팩스로 문서를 받은 근거라며 영사관의 팩스대장까지 공개했지만 정작 영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이 수발했는지를 묻는 질문 역시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의혹이 제기된지 이틀이 지났지만 의혹의 핵심인 영사관과 국정원에 대해 검찰은 무기력할 정도의 '방치'로 일관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해명을 뒷받침할 증거들이 대부분 국정원이 넘겨준 것이라는 점이다.
앞서 변호인들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제시한 '중국 출입국 시스템에 오류는 생길 수 없다'던 중국 출입국 업무 종사자의 자술서도 검찰이 아닌 국정원에서 확보한 것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 일각에서는 "검찰 스스로 이번 사태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할 능력이 있겠느냐"는 자조섞인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