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일희일비하고 있다.
지난 11일 김승연, 구자원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한화, LIG그룹은 활짝 웃었지만 14일 이재현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자 CJ그룹은 잔뜩 울상을 지었다.
CJ는 앞서 사법부의 재계총수들에 대한 관용 분위기에 '재벌 봐주기 판결'이라는 비판이 일자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고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항소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 경제 민주화 바람으로 재계 총수들의 잔혹사가 이어지면서 재계 분위기는 한껏 얼어붙었다.
하지만 정부가 경제활성화 쪽으로 정책기조를 잡으면서 법정구속됐던 재벌총수들이 일부 귀환하자 재계에서는 완전한 해빙은 아니라도 미약하지만 '훈풍' 기미가 있다고 애써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시각이 많다.
총수가 구속된 그룹들이 재판결과에 따라 ‘어제는 웃고 오늘은 우는’ 상황이 빚어지면서 해당기업의 분위기도 각기 극대극의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왼쪽), LIG그룹 구자원 회장. (자료사진)
◈ 한화, LIG 봄바람 '살랑살랑'최근 법정구속됐던 총수들이 귀환한 한화그룹과 LIG그룹은 모처럼 활기를 찾았다.
한화그룹은 만성폐질환과 우울증에 시달린 김 회장의 건강회복이 우선이라고 하면서도 경영일선 복귀에 대비하고 있다.
회장의 귀환에 즈음해 연거푸 좋은 일도 이어졌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계열사 한화큐셀이 11일 영국에서 24.3MW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 사업을 따냈다.
특히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전략마케팅 실장이 지난해 8월 한화큐셀로 자리를 옮긴뒤 유럽을 중심으로 한 태양광발전사업을 진두지휘해왔고 이번 수주 성공도 활발한 활동의 결과물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의 태양광사업은 정상궤도에 올라 분위기가 한껏 좋아지고 있다"며 "유럽을 중심으로 일본과 중국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그룹은 또 14일 한화타임월드가 제주공항 면세점 운영업체로 선정되면서 처음 시작하는 면세점 사업도 앞으로 기회가 되는대로 확대시켜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부진했던 이라크 신도시 사업도 3년만의 김 회장 복귀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IG 그룹은 구 회장의 귀환으로 회사 분위기는 살아났지만 장남과 차남의 법정구속으로
마냥 좋지만은 않다.
LIG 그룹도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LIG손해보험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IG손해보험 측은 빠른 시일 내에 매각주관사를 통해 투자유인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왼쪽), SK 최태원 회장. (자료사진)
◈ CJ '긴긴 겨울' 대비…SK, 효성 '나 떨고 있니'CJ는 총수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될 것이 기정사실화됨으로써 기존 사업뿐 아니라 신규·해외사업 등에 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중장기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CJ는 이 회장 구속 이후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경영위원회와 주요 계열사 전략기획 책임자 30여명의 전략기획 협의체로 경영공백을 메우기 위해 힘겨운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6.1%, 당기순이익은 43.8% 하락하는 등 ‘회장부재’의 시련을 톡톡히 겪어야 했다.
주요 투자계획들은 잇따라 보류되거나 취소돼 지난해 5월 검찰수사 이후 지금까지 중단되거나 지연된 계열사 투자 규모만 6천억원이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다음 주 운명의 재판을 기다리는 SK 최태원 회장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 회장과 구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비록 4년형 선고지만 이 회장 역시 앞으로 항소심 등에서 감형이 예상되면서 최 회장도 최종심에서의 '선처'를 SK는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