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양측 협의 결과가 발표됐지만 노환규 의협회장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비대위원장을 사퇴하는 등 내부적으로 혼란이 깊어지고 있다.
의사협회 안에서도 정부 협상안을 수용하자는 의견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나뉘면서 내홍이 생기는 형국이다.
◈ 원격의료 등 핵심 쟁점 비껴가…원론적인 협의에 그쳐
18일 정부와 의협 협상단이 공동으로 발표한 협의 내용은 대체로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양측이 서로의 입장차를 재확인하면서 국회 논의과정에서 추가로 논의하기로 하는 선에 그쳤다.
즉, 시범사업을 시행한 후에 법개정을 추진해야한다는 의협의 입장과 법개정 후에 시범사업을 진행한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는 상태이다.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다시 논의할 방침이다.
의료기관에 영리 자회사를 허용하는 투자활성화 정책은 자본유출 등 편법이 발생하지 않도록, 병협·의협 등 관련단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로 했다.
이밖에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및 의료전달체계, 전문성 존중 및 현장성 강화, 건강보험의 의사결정 구조, 기본진료 중심의 급여체계 개선 등에서도 원론적인 협의들이 이뤄졌다.
특히 수가 결정 과정에서 협상 결렬로 건정심에서 수가를 결정하는 경우에 가입자 및 공급자 등이 함께하는 '중립적 조정소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현행 수가체계의 불균형 해소 등을 위해 건정심 산하 상대가치기획단에서 개선방안을 마련하는데도 합의했다.
하지만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시범사업 기간과 방식을 논의하지 못한데다, 의료기관 영리 자회사의 부대사업 범위에 대해서도 언급이 빠져 있어 핵심 쟁점들을 비껴갔다.
나머지 협의 내용들도 추상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노환규 의협회장 협상내용에 반대, 파업은 총투표에 달려
지난 1월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관에서 열린 '2014년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전국의사 총파업 출정식'에서 노환규 의사협회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정부와의 협의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내부적으로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노환규 회장은 원격의료, 투자활성화대책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진전된 협의가 전혀 없었다며 협상 결과에 뒤늦게 문제를 제기했다.
협상단의 결과 발표를 듣고 비대위원장을 사퇴한 노 회장은 18일 오후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의정 협의 결과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협의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모호한 표현을 삽입하고, 이를 공동기자회견의 형식을 통해 발표함으로써 마치 의사협회가 정부의 정책에 동의하는 것처럼 고의적으로 언론과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일종의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노 회장은 "정부가 협상을 하지 않으면 1차의료살리기 협의체에서 논의했던 내용도 중단하겠다고 협박에 가까운 압박을 했다. 이는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고 주장했다.
전권을 위임받은 협상단의 협상 결과에 회장부터 반기를 들면서 의사협회 지도부는 내홍에 휩싸이는 형국이다.
노환규 회장이 비대위원장을 사퇴하고, 부비대위원장이자 협상단장이었던 임수흠 서울시의사협회장도 직을 내려놓음으로써 비대위가 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
파업 결정을 주도했던 비대위가 자체 해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처럼 협회 내부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측과의 협의를 수용할지와 파업을 강행할지 여부는 전회원 총투표에 의해 일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협회는 투표 내용 등을 확정해 19일 오전부터 전국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총투표를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