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 윤창원기자
상향식 공천을 내세워 공약 파기를 선언한 새누리당과 최근 공천제 유지로 입장을 선회할 움직임을 보이는 민주당 사이에서 창당을 목전에 둔 안철수 의원 측의 고민은 깊다. 공약 이행이라는 명분과 신당 동력 약화라는 현실 사이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19일 “여야와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돌아가는 걸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면서 “아직 논의 테이블에도 올려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뜻 논의의 선두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새정치를 내건 만큼 아무래도 무공천 쪽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대선에서 논의의 포문을 안 의원이 연 만큼 입장을 쉽게 뒤집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기득권 정당과 대립각을 세워 정치개혁의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각오도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 안 의원 역시 지난 1월 국회에서 정당공천 폐지를 정치권에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자처하면서 “약속과 신뢰는 정치의 기본”이라는 점을 말머리에서 강조했다.
하지만 안 의원은 여전히 명쾌한 견해를 내놓진 못하고 있다. 그는 당시 국회 기자회견 뒤 만난 기자에게서 “여야의 공천제 폐지 여부와 관계없이 안 의원 측에서는 공천을 하지 않겠냐”는 질문을 받자 “공천 폐지를 하지 않으려는 시도가 없어져야 한다”는 답변만 내놓았을 뿐이었다. 무공천을 선언할 경우 ‘안철수 브랜드’를 원했던 후보들을 신당으로 이끌 요인이 없어진다는 이유도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무소속 출마도 감행해야 할 신당 측 후보들 사이에서는 시‧도당의 ‘발기인’에 이름을 올리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분들은 중앙당 발기인으로는 일괄 모시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고, 향후 시‧도당 발기인 대회에서 길을 열겠다"(김성식 공동위원장)는 방침이 나오자 '발기인=공천자'라는 인식이 깔렸다고 한다.
창당준비단으로 활동 중인 한 지역인사는 19일 “공천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출마예정자들에게 발기인 참여는 경력 한 줄 이상의 의미”라면서 “보험을 드는 셈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오는 28일로 예정된 광주와 전남은 발기인이 중앙당 규모(374명)에 맞먹거나 이를 웃도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도당은 중앙당보다 문호가 열린데다 특별한 심사나 검증절차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발기인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신당의 후보로 직결되는 건 아니는 게 안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