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행사 둘째 날인 21일 오전 외금강호텔에서 열린 개별상봉에 참석하려는 주명순 할아버지(93)의 동생 북측 가족 주금녀 씨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윤성호기자
"내 동생 사이즈에 딱 맞을 것 같아. 나한테 딱 맞으니까 동생한테도 딱 맞겠지"
동생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준비해온 오리털 점퍼를 들어보이는 김동빈(79) 할아버지의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3년 4개월여 만에 금강산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전 남측 이산가족들은 북측 가족에게 전달할 선물을 챙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김 할아버지는 "추석 때 준비해뒀는데 작년에 못간다고 연락받아서 아쉬웠지"라며 "누가 몇 살인지 모르니까 너희들 가족들 다 나눠 입으면 하는 마음에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오리털 점퍼 외에도 내복과 화장품, 의약품, 샴푸, 비누, 초콜릿, 참치캔 등 여행용 가방 두개를 가득 채운 선물들을 동생들에게 건냈다.
최병관(67) 씨 역시 준비해 온 선물을 챙기느라 분주한 가운데 동생이 두 명 뿐인줄 알고 점퍼를 두 개 밖에 준비해 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최 씨는 "와보니 동생이 일곱남매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여동생, 남동생 것 각각 잠바 하나씩만 준비했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더 많이 준비했을 것"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최 씨 역시 점퍼 외에도 내의와 양말, 가죽장갑, 비상약, 김, 초코파이 등 동생에게 줄 선물들을 한아름 준비했다.
김용자(67, 여) 씨는 이산가족 상봉이 계속 미뤄지면서 상봉대상자였던 어머니가 얼마 전에 돌아가신 것이 가슴에 사무친다.
김 씨는 "오래 사셨은데 그게 영실이(딸)를 만나기 위해 오래 사셨다고 생각했다"며 "수술 하기 전에 조금만 더 기다리면 기다리던 영실이를 볼 수 있다는 걸 알고 계셨다"고 안타까워 했다.
어머니가 직접 준비해 둔 내복과 속옷, 양발 등을 챙기던 김 씨는 "속초에서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자고 있는데 누가 내 가슴을 막 흔들어서 깨웠다"며 "옆 사람은 자는 중이었는데 어머니가 여기 오신 것 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산가족상봉 행사 둘째 날인 21일 오전 외금강호텔에서 열린 개별상봉에 참석하려는 북측 가족들이 남측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개별적으로 선물을 준비한 남측 가족들과 달리 북측 가족들은 북한 당국이 준비한 술 등이 담긴 서류가방 크기의 선물세트를 남측 가족들에게 건내며 서로의 정을 나눴다.
이날 오전 2시간여 동안 외금강호텔 객실에서 개별 상봉 시간을 가진 이산가족들은 함께 점심 식사를 한뒤 오후에도 한차례 더 상봉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어제 건강악화로 구급차를 타고 상봉에 참여했던 김섬경(91) 할아버지와 홍신자(84) 할머니 등 2명은 건강 상황 등을 고려해 이날 조기 귀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