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출신의 이인철 영사가 자신의 명의로 작성한 확인서. (노컷뉴스/자료사진)
서울시 간첩사건 증거자료 가운데 2건을 중국 선양영사관에 파견된 국가정보원 출신 영사가 직접 수신(접수)한 내용의 기록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선양 총영사관을 통해 자료를 확보했다는 국정원의 해명과 달리 국정원 차원에서 자료를 획득해 검찰에 제출했을 개연성이 짙어졌다.
특히 국회 외교통일위에 출석한 조백상 총영사는 일부 자료에 대해 공식문건이 아닌 "개인 문건"이라고 규정하면서 국정원 직원이 서류를 조작했거나 현지 브로커를 통해 구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강해지고 있다.
21일 법원에 제출된 증거자료 등에 따르면, 국정원 출신의 이인철 영사는 삼합변방검사창(세관)의 '유씨 출입경기록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에 대해 지난해 12월 17일 자신의 명의로 확인서를 작성했다.
이 확인서는 회신문에 첨부돼 검찰에 의해 법원에 제출됐지만, 중국 대사관이 '위조'됐다고 확인한 공문서 가운데 하나다.
이 영사는 삼합변방검사창에서 같은해 11월 26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 측이 발급받아 법원에 제출한 정황설명서에 대해 "발급하지 않았고, 책임자의 결제를 받지도 않았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검차창에서는 관련 문건에 대한 신고가 있어 이미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내용을 직접 기술하고 서명했다.
이 확인서에 대한 인증은 선양영사관의 다른 영사인 유모 영사가 했다.
조백상 총영사는 확인서에 대해 "유관기관(국정원)이 획득한 문서에 대해 담당 영사(이인철)가 사실에 틀림이 없다고 확인한 개인문서"라고 잘라 말했다. 외교부 공식 문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당시 민변은 간첩혐의를 받고 있던 유모씨(33)의 출입경(국)기록에 북한과 중국을 오간 내역이 '출(북한 입경)-입(중국 입국)-입-입'으로 돼 있는 것이 전산상의 오류라는 검차창의 확인서를 발급받고, 검찰과 국정원의 자료에 대한 위조 의혹을 제기했었다.
중국 대사관이 진본으로 확인한 민변의 자료대로라면 유씨는 검찰 주장(두번 방북)과 달리 북한에 한번만 갔다 온 것이 된다.
이 영사의 확인서와 회신문은 이런 민변의 자료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었지만 중국 대사관에 의해 '위조' 판정을 받았다.
선양영사관의 팩스수신 대장. (노컷뉴스/자료사진)
더군다나 이 영사는 대검찰청이 외교부를 통해 제출받은 출입경 기록 발급 사실 확인서도 직접 접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양영사관의 팩스수신 대장을 보면 지난해 11월 27일 이 영사가 '화룡시 공안국'으로 부터 사실확인서를 받은 것으로 돼있다.
검찰 측은 이 확인서를 내세우며 국정원의 자료에 대해 나름의 검증을 거쳤다고 했지만, 중간에 국정원 직원이 개입하면서 이 역시 조작됐을 가능성이 커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선양영사관에 보관 중인 사본과 법원에 제출된 원본이 같냐'는 야당의원들의 질문에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누가 중국 화룡시 공안당국과 접촉해서 받았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출입경(국)기록을 뺀 나머지 두 개의 핵심 자료는 모두 이 영사의 손을 거친 셈이다. 이 영사는 증거조작 논란이 한창 불거진 1심 판결을 앞둔 지난해 8월 말에 선양영사관에 파견됐다.
하지만 이들 자료에 대해 조작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중국 대사관 역시 위조임을 확인한 상황이어서 이 영사가 자료 위조에 깊게 개입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영사가 외부 다른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위조된 자료를 받았거나, 직접 브로커를 통해 자료를 건네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한국에 들어온 이광원 부총영사와 심재철 영사도 국정원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이들도 증거 위조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