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너무 '비즈니스 라이크'(businesslike·사무적)하다. 개인적인 관계를 구축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일본 교도통신은 2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최근 주위에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아베 정권의 대(對) 미국 외교가 삐걱대고 있다는 지적이 최근 일본 언론에서 잇달아 보도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작년말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대해 미국이 '실망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파열음이 터져나온 이후 2개월 가까이 경과했지만 양측의 불신은 회복되지 않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 에토 세이치(衛藤晟一) 총리 보좌관이 '실망한 것은 오히려 일본'이라며 미국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올린 일은 본인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요청을 받아 동영상을 내리는 것으로 정리됐지만 에토 보좌관의 동영상이 아베 정권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 대한 불만을 터트린 아베 측근은 또 있다. 지난달 17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는 당 청년국 모임에서 미국의 '실망'에 대해 "미국이 공화당 정권때는 그런 트집을 잡은 일이 없었는데 민주당의 오바마 정권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23일 아베 정권 내에서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피어오르고 있다고 전하고, 일본 정부 당국자들의 언동에 '오바마 정권은 대일 비판을 강화하는 중국과 한국의 편을 너무 심하게 들고 있다'는 '속내'가 투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미국이 실망했다는 입장을 즉각 발표한 것은 중국의 대일 비판에 힘을 실은 것은 물론 일본 국내에서도 비판여론이 커지는데 일조했다는게 아베 정권의 인식인 셈이다.
아베 정권의 딜레마는 미국에 이런 불만을 대놓고 표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 등 한국과 중국이 반발하는 안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계속적인 지지가 필요한데다 미일동맹이 균열되는 모습은 중국이 내심 바라는 바일 것이기에 대미 비판은 미일관계를 더 꼬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아베 정권의 인식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4월말로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방문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중국과의 갈등요인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문제와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 등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얻어내야할 상황에서 미국에 목소리를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