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식령 스키장 홍보, 언론의 비방중상 중단,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북측 행사요원으로 나온 관계자들이 남측 공동취재단 취재단 기자들에게 꺼낸 주된 사안이다.
1차 상봉때도 그랬고, 2차상봉 때도 이 세가지 사안에 대해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으로 북측관계자들이 언급했다.
1차 상봉때 만난 북측 관계자들은 스키를 좋아하느냐고 운을 뗀 뒤 꼭 한번 와보라고 권했다. 북측 한 관계자는 "마식령 스키장은 우리 인민들이 꼭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다. 진짜 잘 만들었다.금강산에서 마식령 스키장까지 1시간 반 정도 밖에 안 걸린다. 남북교류가 잘 되고 금강산도 재개되면 남쪽 인민들이 금강산을 포함해서 마식령 스키장까지 관광하는 것이 얼마냐 좋으냐. 빨리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했다.
마식령 스키장과 금강산관광지구를 연계해 국제관광상품 개발을 추진하려는 것이냐고 묻자 "마식령 스키장은 국제 관광용으로 추진한 게 아니라 인민들을 위해 원수님이 만들어주신 것"이라고 답했다.
마식령 스키장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자 "고속도로에서 100미터밖에 안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가기 쉽다. 모르고 한 소리다"고 했다.
2차 상봉 때 마주친 북측 관계자도 남측 취재진에서 마식령 스키장에 대한 자랑을 이어갔다. 스키를 즐긴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행사가 끝나면 스키장부터 가려 한다. 대학생, 중학생들이 다 지금 스키를 타고 있다. 처음 타는 이들도 잘 탄다. 마식령 스키장의 주로가 10개나 된다. 남측 기자들이 마식령 스키장을 방문하고 싶다고 하자 이 관계자는 "그러려면 북남 관계가 어서 빨리 풀려야 하겠지"라면 "이번 행사가 끝나면 같이 가서 스키를 타면 좋을텐데 아쉽다"고 했다 .
남측 언론의 비방중상 중단에 대해서도 강조했다.1차 상봉 때 북측 관계자는 "이번 이산가족상봉 합의는 남측 언론에서 말하는 '통큰 양보'라기 보다는 '통큰 결단'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측에서도 언론의 비방중상 중단에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남측 취재기자가 "남측 언론은 정부로터 자율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구조"라고 하자, 북측 관계자는 "남조선 정부는 언론을 왜 통제하지 못하는가. 이해가 안 간다. 우리 공화국은 당과 언론이 하나다. 당도 인민을 위해 봉사하고, 언론도 인민을 위해 봉사한다. 그래서 당과 인민은 한 몸이기 때문에 한 목소리를 낸다"고 했다.
2차 상봉때도 마찬가지로 북측 관계자는 "우리는 비방중상을 중단하라는 중대제안을 내놓았는데도 남측 정부는 언론들이 통제가 안된다는 핑계만 댄다"면서 "이렇게 좋은 행사가 잘 진행되고 있는데 또 뾰쪽한 기사가 나올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중단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1차 상봉 때 북측 관계자들은 "이런 화기애애한 이산가족상봉행사 분위기가 얼마나 좋으냐'며 "이산의 고통을 덜기 위해서는 통일이 되어야 하는데, 한미합동군사훈련으로 인해 화약냄새가 나는 속에서 상봉행사를 치르게 됐다"고 했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 논의를 위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있던 날 미군 B-52 전략 폭격기가 한반도에 출격하는 건 남북관계 개선을 방해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2차 상봉 때 역시 북측 상봉자로부터 미국의 대결적 자세에 대한 신랄한 언급이 있었다.북측 상봉 박재선(80세)씨는 '이번 상봉행사에 간다고 하니까 자식들이 뭐라고 하더냐'고 조카가 묻자, 박씨는 "나 이번에 또 못 만나보고 죽는가 했어. 적십자 실무회담 하는데 핵폭기가 떴다고 했어.국방위 대변인 성명도 나갔지"라고 했다.
이처럼 북측관계자들의 인식은 남측의 인식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식령 스키장에 대한 남측의 인식은 '과연 고급 스포츠인 스키를 북측에서 즐길 만한 계층이 얼마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북측에서는 '모든 인민들이 즐기도록 수령님이 배려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남측 언론의 비방중상 중단에 대한 북측의 인식은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확고한 원칙을 바탕으로 남측 정부가 언론을 방조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는 대결과 분열을 없애고 '우리 민족끼리' 통일을 이룩해야 하는데 미국이 이를 방해하고 침략책동을 벌이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반면 남측과 미국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훈련'이라고 되풀이 강조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문제는 남북 화해로 가는 첫 관문이다. 이산가족상봉행사 만찬사에서 남측 상봉단장은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매년 3~4천명씩 유명을 달리하는 현실에서 이산가족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시는 동안에 상시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북측 상봉단장은 "이번 이산가족 상봉을 시작으로 대결과 분열의 골을 메우고 통일의 봄을 앞당겨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남과 북 모두 서로 상대방의 체제에 대해 모르고 있기 때문에 빚어질 수 있는 불신과 갈등이 너무 크다. 남측과 북측 상봉단장이 언급했던 바람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인식 차이부터 좁혀나가려는 진정성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상봉행사였다.혹시 남과 북 당국이 체제의 차이, 다름을 알면서도 체제유지를 위해 억지를 부린다면 전쟁과 분단,역사의 질곡으로 인한 수많은 이산가족 개개인의 상처를 국가와 이데올로기라는 이름으로 더욱 깊게 하는 것이다. 남북 당국 모두 체제유지보다는 더 큰 양보를 함으로써 국민과 인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