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대규모 반정부 저항에 밀려 실각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시위대를 진압하려고 수도 키예프에 군대 투입까지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사저 인근에서 이런 내용의 군 내부 문건이 발견됐다면서 만약 이 계획이 실행됐다면 지난 20일 100여명이 숨진 유혈참사보다 더 끔찍한 대량학살이 일어날 뻔 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는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최대 100여명이 숨졌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 이후 최대 참사였다.
FT에 따르면 군대 동원 계획이 담긴 문건은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호화 사저 '메쥐히랴'(Mezhyhirya) 인근에 버려진 수많은 정부 문서들 사이에서 발견됐다.
야누코비치는 실각 후 사저를 떠나면서 문제가 될 만한 정부 문서들을 소각하거나 사저 내 인공호수에 버렸으나 상당수 문건들은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정부 시위대와 기자들은 사저에서 여러 건의 정부 문서와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의 호화로운 생활을 보여주는 영수증들을 찾아내 공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FT는 이번에 발견된 군 문건들은 그중 가장 충격적이라면서 야누코비치와 군 수뇌부가 반정부 시위 진압을 위해 군대를 투입하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사실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유리 일린'이라는 서명이 적힌 한 전보에는 시위대가 군 시설을 장악할 것이라는 첩보에 따라 우크라 남부 및 동남부에서 3개 부대를 수도 키예프로 진격시킨다는 계획이 담겨있었다.
또 군은 검문소 등에 배치돼 시민을 검문하거나 교통을 통제하며 테러리스트가 은신해 있다고 판단되는 민가를 수색하고 필요할 경우 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