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빠진 원자력협정을 베트남과 체결해 논란이 되고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 미국-베트남 원자력협정에 서명했다.
이 협정은 양국이 지난해 동아시아정상회의(EAS) 합의에 따른 것인데 협정 본문에 베트남의 우라늄 농축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베트남이 농축과 재처리를 추구하지 않으며 핵연료를 국제시장에서 조달한다'는 정치적 약속이 본문 이외의 곳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협정본문 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농축과 재처리 금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정부는 원자력에너지법 123조에 따라 원자력협정을 새로 맺거나 개정하는 나라들에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도록 하고, 농축·재처리를 허용하지 않는 ‘골드 스탠더드’를 추구해왔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큰 원자력 시장인 베트남에 진출하기 위해 비확산 원칙을 깼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한미 원자력협정 만기를 2년 연장한 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 문제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은 국가주권 차원에서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비확산 체제에 중대한 예외가 된다며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따라서 미국이 베트남에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사실상 허용하면서 한국에는 허용하지 않을 경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