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는 27일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1993년 '고노(河野) 담화'를 검증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무의미한 짓으로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일제의 침략전쟁과 식민지배를 공식으로 인정하고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도 변경해서는 안 되는 국제적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도쿄의 일본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노 담화는 포괄적인 증거조사 이후 나온 것"이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시비를 따지고 캐고 들어도 소용없는 일이다. 당시 일본군이 작전상 필요해서 위안소를 설치한 건 틀림없다"고 그 정당성을 확인했다.
이어 무라야마는 "고노 담화에서 일부 실수를 찾아낸다 하더라도 일본의 국익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시 꺼내는 것은 한국인들을 자극하는 것 외에 얻을 게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라야마는 고노 담화에 대해 "일본군 관계자와 정부 자료를 조사해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본다. 근거도 없이 가볍게 작성한 것이 아니다"며 담화 검증이 국제적인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총리로 재임하던 1995년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과하며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와 관련해서는 "역대 총리가 계승했기에 어떤 의미에선 국제적인 정의가 됐고 일본의 국가정책이 됐다"며 "누구도 이 담화를 부정할 수 없기에 아베 총리도 지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무라야마는 군위안부 제도가 어느 나라에도 있었다고 망언한 모미이 가쓰토 NHK 회장과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전 오사카 시장을 겨냥해 "이들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일본이 나쁘다는 사실이 국제사회에 과대하게 선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무라야마는 한일관계 악화를 걱정하며 일본군 위안부 보상문제의 해법을 찾는 열쇠가 일본과 한국 정부의 대화라고 강조했다.
다만 무라야마는 영토 분쟁과 역사 문제 등으로 "정상 회담이 열리기는 어려운 만큼 실무 차원에서 대화를 거듭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1993년 한국인 피해자 16명을 대상으로 증언을 청취하고 현지 조사 등을 거친 뒤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 이름으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과와 반성'의 뜻을 나타내는 이른바 담화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