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지난주부터 군사훈련에 참가했던 자국군 병력에 원대 복귀를 명령하면서 크림반도 분쟁을 둘러싼 군사충돌 위기가 한고비를 넘긴 것으로 평가된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군사훈련이 성공적이었다는 보고를 받고 모든 병력에 원대 복귀를 명령했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공보비서(공보수석)가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아나톨리 시도로프 서부군관구 사령관 등을 대동하고 서북부 레닌그라드주(州)의 키릴로프스키 훈련장을 방문해 훈련 상황을 지켜본 지 하루 만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쇼이구 국방장관도 이날 훈련에 참가했던 모든 병력은 오는 7일까지 주둔지로 복귀하라고 명령하면서 "각 지휘관은 훈련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을 분석해 가능한 한 빨리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서부 및 중부 군관구에 비상 군사훈련을 지시하고 곧이어 상당수 병력이 우크라이나 동남부 크림반도의 흑해함대 기지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성됐던 일촉즉발의 군사충돌 위기는 지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도 하루 전 자국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긴박한 단계는 넘긴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에서도 러시아군 복귀 소식이 전해지자 주요 증시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AFP 통신은 러시아의 군대 철수 배경에 대해 군사 훈련 및 크림으로의 병력 이동 이후 자국 주가와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며 국내경제가 타격을 입자 푸틴 대통령이 상황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군 병력의 원대복귀 명령을 내리면서도 크림반도 파견 병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는 속단은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의 벨벡공항 기지에서는 기지를 장악한 친(親)러시아 군인들이 항의 행진을 하던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경고사격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긴장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다.
먼저 이 기지 비행장에 배치됐던 우크라이나 병력 300여명이 '일자리를 돌려달라'고 항의하며 행진해 오자 러시아 측 군인들이 접근하지 말라며 공중에 수차례 경고 사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러 무장세력이 크림반도를 사실상 장악한 이후 사격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군대의 전투준비 상황 점검을 명분으로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서부와 중부 군관구에 대규모 군사훈련을 명령했다. 훈련에는 15만명의 병력과 120대의 헬기, 탱크 880대 등이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 중앙정부에 대한 친러시아계 주민들의 분리주의 움직임으로 촉발된 크림 분쟁에 무력 개입을 시도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