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논의가 본격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주식자금을 중심으로 외국인 증권투자가 대규모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미국 양적완화 축소 이슈가 제기된 지난해 5월말 이후 신흥국의 주식과 채권형펀드 자금은 모두 유출되는 모습을 보인 반면 선진국 주식형펀드 자금은 유입되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5월 23일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발언(Tapering talk)에 따라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해 5월 말 2.13%에서 6월말 2.49%로 36bp으로 상승했고, 이에 따라 808억 달러의 자금유출이 발생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글로벌펀드 자금이 126억 달러 유출됐다가 양적완화 축소 결정 이후 불확실성 해소에 따라 266억 달러 유입으로 전환됐다.
한편 지난 1월 FOMC 이전에도 신흥국 금융 불안 부각으로 123억 달러라는 대규모 자금 이탈이 있었으나, 2월에는 298억 달러가 다시 유입되는 모습을 보였다.
채권형펀드 자금은 지난해 1~5월 낮은 수준의 글로벌 금리를 바탕으로 선진국(+792억 달러)과 신흥국(+222억 달러) 모두 자금이 유입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6월 이후 신흥국 채권형펀드 자금은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에 따른 포트폴리오 재조정으로 9개월 연속 자금이 유출(475억 달러) 모습을 보였다.
선진국 채권형펀드 자금은 지난해 6~12월 유출세를 보이다 신흥국 금융 불안으로 인한 안전선호 경향 강화 등으로 지난해 1~2월에는 유입세로 바뀌었다.
주식형펀드 자금의 경우 선진국의 경기회복 및 신흥국의 성장세 둔화에 따라 점차 선진국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선진국 주식형펀드 자금은 유입세(3071억 달러)를 보였지만 신흥국 주식형펀드 자금은 유출되는 양상(412억 달러)을 보였다.
외국인 증권투자의 경우 외국인 채권자금은 지난해 상반기에는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과 우리 경제의 건실한 펀더멘탈을 바탕으로 10조2천억 원이 유입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외국인 주식자금은 미국의 양적완화 조기 축소 가능성과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약세, 뱅가드의 상장지수펀드(ETF) 벤치마크 변경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 등으로 9조8천억 원 유출이 나타났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에는 우리나라 거시경제 여건에 대한 여타 신흥국과의 차별적 평가가 확산되면서 4개월(2013년 7월~10월) 연속 외국인 주식자금(16조4천억 원)이 유입됐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외국인 증권투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추가 축소와 신흥국 금융 불안,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글로벌펀드 자금의 선진국 선호가 강화되며 주식과 채권 모두 순유출을 보였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유동성 감소를 시작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금융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지만 이 같은 흐름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지난해 하반기에 주식자금을 중심으로 외국인 증권투자가 대규모 유입되는 등 여타 신흥국과 차별화를 보였고, 외부에서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긍정적이라고 금융위는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 1월 24일 한국·멕시코·필리핀을 '테이퍼링의 위험'에 가장 덜 노출된 신흥국가로 분류했고, 미국 연준은 지난 2월 11일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15개 주요 신흥국의 취약성 지수를 산출한 결과, 한국의 취약성 지수가 대만 등과 함께 비교 대상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