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래화폐로 급부상하던 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bitcoin)이 도입 5년 만에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비트코인 최대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지난달 28일 파산신청을 한데 이어 같은 날 싱가포르 소재 비트코인 거래업체 '퍼스트 메타' 대표 오텀 래드키(28)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이 5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독극물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 래드키의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 도쿄 소재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Mt Gox)는 지난달 28일 “85만개의 비트코인(4억달러 어치)을 도난당해 경영이 파탄상태에 빠졌다”며 도쿄지방법원에 파산을 신청을 했다.
마운트 곡스가 파산에 이른 과정도 석연치 않다. 회사측은 안전성이 높은 비트코인과 은행에 예치했던 현금까지 도둑맞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지난 4일에는 캐나다 소재 비트코인 거래업체 ‘플렉스 코인’이 “이틀 전 해커에게 공격을 받아 온라인(hot wallet)에 저장된 896개의 비트코인(60만 달러 어치)을 모두 도난당했다”며 문을 닫았다. 이 업체는 “이번 손실을 만회할 만한 자원이나 자산이 없는 만큼 즉각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업계가 총제적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지난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신원미상의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것으로, 발행기관이 따로 없이 고성능PC로 복잡한 수학 암호를 풀어 ‘채굴(mining)’하는 온라인 가상화폐다.
그는 통화 팽창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비트코인 총 발행량(채굴량)을 2145년까지 2100만개로 제한해 놓았고, 그 동안 1244만개(64억 달러 어치)가 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나머지 856만개를 채굴하면 새로운 비트코인 발행은 불가능하다.
발행량이 제한돼 있다 보니 투기 광풍이 불고 있다. 지난 2010년 중반까지 개당 1센트도 되지 않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1월 1200달러를 넘어서며 거품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같은 비트코인 투기열풍은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투기’ 때처럼 결국 거품 붕괴로 파국을 맞을 것이란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당시 네덜란드는 아시아에서 건너온 튤립이 인기를 끌면서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특히 바이러스에 의해 꽃 색깔이 변한 희귀종의 가격이 폭등하는 등 튤립 광풍이 불었다.
하지만 거품이 터지면서 튤립 가격은 수천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고, 전 재산을 털어 튤립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파산했다. 당시 튤립 투기는 역사상 최초의 자본주의적 투기로 꼽힌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3일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통화가 아니”라며 “이것이 앞으로 10년 또는 20년 뒤에 사라져도 놀랄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락하는 것에 관해서는 “매우 투기적”이라며 “1637년 네덜란드 튤립 거품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앙은행과 같은 관리당국의 통제 없이 P2P(파일공유) 기술을 통해 이용자들 사이에서 익명으로 거래되다보니 탈세나 마약 거래, 돈세탁 수단으로 악용되기 쉽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 10월 비트코인이 불법 온라인 거래 사이트인 '실크로드'에서 마약거래, 돈세탁 등의 수단으로 악용된 사실을 적발해, 실크로드를 폐쇄한 바 있다.
이같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각국에 거래소가 만들어지고, 비트코인을 돈 대신 받는 매장까지 생겨나는 등 비트코인이 점차 실물 경제에서도 사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비트코인의 폐해를 인식한 일부 국가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해 비트코인에 대한 견제에 들어갔다. 태국은 비트코인을 불법화폐로 규정하고 매매·전송, 물품 구매는 물론 채굴(발행)마저 금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