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의 추일승 감독 (사진=KBL)
지난 6일 인천 전자랜드와 고양 오리온스의 프로농구 경기가 끝난 뒤 진행된 기자회견의 풍경은 다소 이색적이었다. 평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 조심스러울 때가 많은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이 과감하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추일승 감독은 6강 플레이오프 상대팀으로 결정된 서울 SK를 향해 거침없이 각오를 쏟아냈다. "기다렸던 경기다. 받은만큼 갚아주겠다. 사연이 많은데 또 하나의 사연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요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너무 단호해서 단호박인 줄' 알았다.
받은만큼 갚아주겠다고 말한 것은 오리온스가 올 시즌 SK를 만날 때마다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다. 정규리그에서 6차례 맞붙어 모두 졌다.
사연도 많았다. 4쿼터 승부처에서 나온 결정적인 오심 2개 때문에 역전패를 당하기도 했고 최근 맞대결에서는 3차 연장 혈투 끝에 진 적도 있었다. SK와 오리온스는 만날 때마다 화제를 모았다.
오리온스는 정규리그에서 6위를 차지했지만 우승을 목표로 시즌을 출발한 팀이다. 6강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4개 구단 가운데 최강으로 평가받는 3위 SK와 만나게 됐지만 추일승 감독은 SK를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과제로 보고 있다.
추일승 감독은 "어차피 상위 3개 팀을 넘지 못하면 우승을 할 수 없다"며 SK에 대해 "전패를 당했지만 못 이길 팀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집중력을 갖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흥미진진' 기록으로 보는 SK-오리온스 6강 POSK와 오리온스의 현재 승차는 10.5경기다. 역대 6강 플레이오프에서 3위 팀과 6위 팀의 승차가 7경기 이상이었을 때 전적은 일방적이었다. 3위 팀이 통산 전적 17승1패를 기록하며 여유있게 4강에 올랐다.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시리즈 전승을 거둔 것이다.
게다가 최근 7시즌 연속 3위 팀이 6강 플레이오프를 통과했다.
또한 역대 6강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맞대결 전적이 전승-전패인 두 팀이 격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데이터만 놓고 보면 추일승 감독의 자신감은 허세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감의 근거는 있다. 오리온스는 올해 1월1일을 기준으로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다른 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