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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몬스터', 살인마와 미친년의 잔인하면서도 웃기는 잔혹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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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영화 어때] '몬스터', 살인마와 미친년의 잔인하면서도 웃기는 잔혹동화

    • 2014-03-08 00:00
    몬스터 포스터

     

    이민기와 김고은이 주연한 영화 '몬스터'는 서로를 잡겠다는 집념으로 불타는 두 괴물의 추격극을 표방한 스릴러. 영화 '은교'로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김고은이 다소 모자라지만 건드리면 큰일나는 성격 탓에 미친년으로 불리는 복순을, 이민기가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마 태수를 연기했다.

    어느 날 복순 앞에 나타난 태수는 자신의 비밀을 감추고자 복순의 여동생을 죽이게 되고 복순은 동생의 복수를, 태수는 살인을 마무리하겠다는 일념으로 서로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13일 개봉

    이진욱(이하 이): 기량을 뽐내고 싶은 작가가 야심차게 써내려간 잔혹동화를 한 편 읽은 듯하다. '백설공주' 같은 서양의 것보다는 '해님달님' 같은 우리 전래동화에 가깝게 다가온다.

    신진아(이하 신) :전래동화! 독특해서 난해할 수 있는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키워드다. 돌이켜보면 감독이 오프닝 시퀀스에서 저 세상에 있는 할머니가 해님으로 복순 앞에 나타나 "동생을 잘 보살피라"며 신신당부를 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의도를 드러냈다.

    이 : 복순이 동생을 죽인 살인마 태수를 찾아 산 넘고 물 건너(정말로 산을 넘고 물을 건넌다) 먼길을 떠나는 장면 등은 동화책의 한 페이지를 보는 듯하다. 이렇듯 빨간 조끼를 입은 복순과 야수를 연상시키는 문신을 몸에 휘감은 태수, 목가적이면서도 음산한 들판과 숲 등 극중 미장센은 동화 속 인물과 풍경을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듯하다. 복순이 입에 달고 사는, 할머니로부터 전수받은 민요풍의 노래가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웃음)

    신 : 미친년이다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재밌는 노래다. 이 영화를 연출한 황인호 감독은 여럿 장르를 뒤섞는게 장기다. 웃기면서도 무서웠던 '시실리2km'의 각본을 썼고 달콤하면서 오싹했던 '오싹한 연애'를 연출했다. 몬스터는 김고은과 이민기의 대결극으로 홍보해서 어둡고 처절하고 관객과 게임하는 심장쫄깃한 스릴러로 예상했다. 하지만 목적지를 향해 가다가 물도 한모금 마시고, 낮잠도 한숨 자는 분위기랄까. 김고은과 이민기의 색감도 달라서 김고은이 등장하면 무슨 '웰컴 투 동막골'같은 분위기고, 이민기가 나오면 피가 난무하면서 긴장감이 감돈다. 그러면서 이상한 유머가 이 영화를 관통하며 끼득 웃음을 자아낸다. '박찬욱 감독식 유머'라고 할까?

    이: 기존 스릴러 장르 문법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확실히 당황할 것 같다. 하지만 색다른 영화적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 조린 시간보다 미소를 지은 때가 더 많았던 듯하다.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쫓는 처절한 상황에서도 개그 콘서트에서나 볼 법한 코믹한 대화와 몸짓이 오간다. 이러한 웃음 뒤에 오싹
    몬스터 보도스틸

     

    함이 이어지기에 그 효과가 배가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공이 말을 안 들어 몇 대 쥐어박았다"는 말을 하며 테이블 위 굳은 핏방울을 손톱으로 긁어내는 기업주의 모습처럼 간접적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디테일한 묘사도 돋보인다. 상업 영화 속에서 자기 색을 내려 애쓴 감독의 고집이 곳곳에 묻어난다.

    신 : 솔직히 이 영화에 몰입하기까지 40~50분은 걸린 듯하다. 특히 전반부는 타고난 사이코패스인지 사회가 낳은 괴물인지 불분명한 '몬스터' 이민기를 공들여 보여준다. 김고은은 후반부에 가서야 카메리가 제대로 그녀의 얼굴을 잡는다. 보통 착한 캐릭터를 부각시키는데 그 반대점에 있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이민기를 눈앞에 갖다대니까 벌떡 일어나 극장을 나가고 싶더라. 특히 어린 애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다 술마시는 동안 도망치라고 하는데, 만약 영화적 재미만을 위해 이 아이를 활용하는 것이라면 참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영화를 다 보고나니 영화의 톤이나 감독의 의도가 이해돼 초반의 불편함이 가셨다.

    이: 촘촘하게 짜여진 빈틈없는 이야기를 따라간다기보다, 인물들이 차곡차곡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든다. 월세값을 받으러 온 주인집 아줌마, 신통력을 지닌 동네 할머니,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살인병기 탈북자 등 비중의 크고 작음에 상관 없이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이 독특한 아우라를 뿜어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은 웃음과 슬픔, 안락과 고통이 공존하는 묘한 동력을 빚어낸다. 마지막 엔딩 시퀀스까지 그 동력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배우들이 자신의 역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신 : 우리사회에 대한 감독의 비판어린 시각이 구석구석 느껴진다. 이 영화에서 비극으로 치닫는 사건의 발단은 한 기업가가 자신의 폭행 모습을 찍은 한 여공의 핸드폰을 수거하는 것이다. 몇년전 우리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재벌가의 '매값폭행'을 대놓고 비난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태수의 형과 엄마는 정체가 밝혀질수록 이민기에 버금가게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다. 이로 인해 타고난 사이코패스처럼 보이던 이민기가 우리사회가 낳고 기른 괴물일지도 모른다는 쪽으로 심증이 기운다. 어떻게 보면 김고은이나 이민기 둘 다 부모가 없는 애들인데, 김고은은 아껴준 할머니와 착하고 예쁜 여동생이 곁에 있었다면 이민기는 버려질 때부터 문제가 있는 아이였던 것으로 추측
    몬스터 보도스틸

     

    되나 이후에도 그를 거둔 나쁜 어른과 나약하나 교활한 형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계속 이용해 먹는다.

    이: 현실사회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가 느껴졌다. 복순 일행이 태수를 찾아 대도시로 발을 들인 뒤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눈 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속담처럼 희화화된 에피소드를 통해 도시라는 공간은 온갖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용광로로 묘사된다. 극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이해관계의 정점에 선 사람들이 모두 모이게 되는 식당 결투 시퀀스는 이를 압축해 보여 주는 듯하다. 이 시퀀스를 통해 괴물과 그 괴물을 잡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결국 모두가 체제의 노예이자 희생양이라는 것을 말해 주는 듯하다.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있게 한 특정 권력자가 등장하는 것에서 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신 : 그 권력자는 제손에 피 안 묻히고 자신의 치부를 덮으려고 한다. 결국 피를 뒤집어쓰는 사람들은 그 권력자에 빌붙어 살면서 서로를 이용해먹는 탐욕스런 사람들이다. 영화 '황해'에 이어 또 족발이 무기로 사용된 이 식당 결투신은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그러면서도 코믹하다. 김고은이 분노에 차 이민기와 맞붙기위해 피를 뒤집어 쓰는 장면은 매우 강렬하다. 일본만화 '드래곤헤드'가 불쑥 떠오르기도 했다. 확실히 잔인하고 은근슬쩍 웃기면서 감독의 색채가 살아있다.

    이: 이 영화에서 복순이라는 존재는 감독이 제시하는 희망으로 읽힌다. 사람들이 볼 때 어딘가 모자란 듯한 인물이지만, 소위 '돈만 있으면 안 될 일이 없다'는 것이 진리가 된 세상으로부터 유일하게 자유로운 캐릭터가 그녀다. 복순은 돈, 혈연 등 어떠한 이해관계보다도 타인에 대한 애정이 최고의 가치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인물로 다가온다. 복순을 연기하는 김고은이 등장할 때마다 자연스레 미소가 번지더라.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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