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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일반

    "위조 몰랐다면 무능력, 개입했다면 범죄"

    검찰 책임론을 희석하기 위해서라도 강도 높은 수사 가능성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3월 10일 (월)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승훈 (오마이뉴스 기자)

     

    ◇ 정관용> 오마이뉴스 이승훈 기자와 화제의 뉴스를 살펴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국가정보원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는데 그 배경은?

    ◆ 이승훈>사실 오늘 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어쩔 수 없이 떠밀린 성격이 짙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정도로 파문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안현수 선수 논란, 염전노예 사건 등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사안에 대해 세세한 언급을 해오면서도, 정권에 불리한 이번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켜왔습니다. 하지만 검찰 조사를 통해 증거 조작의 실태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어졌습니다. 국가기관이 무죄판결을 뒤집기 위해 외교문서를 조작한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사법체계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점에서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2년차에 들어선 박근혜 정부의 순항 여부를 가를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주요 정치쟁점으로 떠오르는 등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 정관용> 박 대통령이 수사결과에 따라 책임자를 문책하겠다고 했는데 남재준 국정원장의 거취는?

    ◆ 이승훈>사상 초유의 외교문서 조작이라는 범죄 정황이 드러나면서 남재준 원장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현재 국정원은 문건 위조를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하지만 정말 몰랐다면 정보기관으로서 무능력을 드러내는 것이고, 위조에 개입했다면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꼴이 돼 국정원으로서는 진퇴양난인 상황입니다. 게다가 국정원은 증거 조작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오히려 거짓 해명을 하면서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야권에서는 이미 남재준 원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여당 내에서도 이재오 의원이 남 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는데요. 새누리당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 수습용 경질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남 원장이 책임론을 피해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명예를 중요시한다는 남 원장이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자진 사퇴를 선택할 가능성도 크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 정관용> 박 대통령이 오랜 침묵을 깨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주문했지만 대통령이 져야할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 이승훈>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에 이은 국기문란 사건이 또다시 국정원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처지인게 사실입니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의 경우 전임 정권의 일이라고 선을 긋고 피했지만 이번 증거조작 사건은 박 대통령이 임명한 남재준 국정원장 밑에서 일어난 일이라 빠져나갈 여지가 없습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사회 전 부분의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운영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면서도 유독 국정원의 비정상에 대해서는 감싸기에 나섰던 게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는데요. 박 대통령이 지시한 국정원 ‘셀프 개혁’도 흐지부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정원이 이번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책임 회피성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이런 박 대통령의 미온적인 태도가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 정관용>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데 검찰 수사 방향은?

    ◆ 이승훈>이제 검찰 수사의 관건은 문서 위조를 지시하고 보고 받은 윗선을 밝혀내는 건데요. 위조된 3개 문건의 입수와 전달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인철 선양총영사관 영사는 검찰 조사에서 “본부 독촉으로 가짜 확인서를 만들어 보냈다”고 진술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에에 따라 이 영사가 소속된 국정원 대공수사국이 1차 수사 타겟이 될 전망인데요. 또 무죄 판결을 받은 간첩 사건을 뒤집기 위해 민감한 외교 문서를 위조하면서 국정원 수뇌부 지시나 인가 없었는지도 의문입니다. 국정원 안팎에서는 남재준 원장이 1심 판결 당시에는 몰랐어도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간 문건의 위조 여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을 당시 사실 관계를 보고 받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의 칼끝이 남재준 원장을 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남 원장이 증거 조작과 관련된 명시적 지시를 하지 않았더라도 관련 보고를 받은 정황이 나온다면 남 원장 소환조사나 사법처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정관용> 또 다른 증거 조작 가능성은 어떤가요?

    ◆ 이승훈>자살을 기도했던 국정원 협력자 김모씨는 지난 7년 동안 중국 공문서를 국정원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국정원은 김씨의 유서에 등장하는 가짜서류제작비 1천만원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과는 별개라며 이번 문건 입수비는 이미 지급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보원에게 돈을 주고 문서를 입수해온 관행을 자인해온 셈인데요. 이에 따라 국정원이 다른 대공 사건에서도 김씨가 건넨 문서를 증거로 활용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다른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 정관용> 이번 사건 수사는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는 수사인데 김진태 검찰총장이 과연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느냐도 관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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