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무섭진 않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왼쪽)은 라이벌 삼성화재 주포 레오에 대해 챔피언결정전에서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자료사진)
라이벌 삼성화재에 밀려 5시즌 만의 V리그 정규 시즌 우승이 무산된 현대캐피탈. 9일 천안 홈에서 1-3 역전패를 당하며 올 시즌 2위가 확정됐다.
무엇보다 삼성화재 주포 레오(24, 206cm)의 강타가 무시무시했다. 성공률 66.22%의 공격으로 무려 49점을 쓸어담았다. 현대캐피탈은 아가메즈가 29점, 문성민이 18점을 올렸지만 레오 1명을 당해내지 못했다.
레오는 공격 점유율도 69.16%로 아가메즈(50.48%), 문성민(20.95%) 두 명과 비슷했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도 경기 후 "생각 외로 레오가 저렇게 때린다면 막기 힘들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현대, 올 시즌 삼성과 2승3패 접전그렇다면 현대캐피탈은 정녕 레오의 삼성화재를 넘지 못할 것인가. 김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설욕을 다짐했다.
'만약 챔프전에서 만난다면 레오가 역시 부담이 되겠다'는 말에 대해 김 감독은 "아니다. 그런 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힘들지만 아예 못 막을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를 두 번 꺾은 바 있다. 레오에게 어느 정도 점수를 줬지만 비교적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현대캐피탈이 3-1로 이긴 2라운드 때 레오는 34점 공격 성공률 48.57%로 42점 48.19%의 아가메즈에 조금 뒤졌다. 범실도 양 팀 최다 13개나 됐다. 역시 3-1로 이긴 3라운드도 레오는 40점 공격 성공률 56.06%로 아가메즈(39점, 51.52%)와 근소한 수치였다.
▲시즌 후반 부진 아가메즈 부활 절실
'내가 살아야 한다' 삼성화재를 상대로 설욕을 노리는 현대캐피탈의 키플레이어인 아가메즈.(자료사진)
다만 승리를 위해서는 또 하나의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주포 아가메즈의 활약이다. 레오와 비슷한 수준의 공격과 득점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당초 김 감독과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두 팀 승부에서 레오와 아가메즈가 비슷한 활약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득점 1, 2위를 다투는 선수들인 만큼 호각을 다툴 것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9일 경기에서 아가메즈는 3세트 이후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졌다. 1세트 72%, 2세트 68%대던 공격 성공률이 3, 4세트 20%대로 급락했다. 60%대를 꾸준히 찍은 레오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4라운드 1-3 패배 때도 아가메즈는 27점, 공격 성공률 46.3%로 41점, 62.5%의 레오에 적잖게 뒤졌다. 세계적인 공격수로 꼽히지만 공격 부담이 많은 V리그는 첫 시즌인 데다 29살의 나이에 시즌 및 경기 후반 체력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포스트시즌까지 10여 일 휴식 기회
다만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2주 정도 휴식기가 있다. 정규리그 2위를 확정한 현대캐피탈은 오는 21일 플레이오프(PO)를 시작한다. 아가메즈가 체력을 회복할 시간은 충분하다.
구단에서는 체력보다 기분이 더 큰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김 감독은 "9일 경기도 달아올랐을 때 볼 배분이 더 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고, 구단 관계자도 "남미(콜롬비아) 선수라 분위기를 한번 타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9일 패배에 대해 "삼성화재도 잘했지만 우리가 못한 부분도 있었다"고 곱씹었다. 이어 "PO를 준비한 뒤 챔프전에서 삼성화재를 만나면 더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과 현대캐피탈이 레오의 삼성화재에 설욕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