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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노아' 인류 진보에 대한 믿음..."더 나은 세상 열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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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영화 어때] '노아' 인류 진보에 대한 믿음..."더 나은 세상 열수 있다"

    • 2014-03-13 11:41

    종교적 입장 뛰어넘어 현실 세계와 맞닿은 보편적 삶의 가치 길어 올려

    노아 보도스틸

     

    성경 창세기에 따르면 노아의 방주는 길이 135m, 폭 22.5m, 높이 13.5m로 3층으로 만들어졌다. 모든 인간이 타락했을 때 홀로 바른 길을 가던 노아는 신의 특별한 계시로 홍수가 올 것을 미리 알고 120년에 걸쳐 이 방주를 만들었다. 영화 '노아'는 성경 창세기 속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거대한 스케일로 재현한 대작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139분 상영, 20일 개봉.
     
    이진욱 기자(이하 이):'블랙스완'(2011), '더 레슬러'(2008), '레퀴엠'(2000) 등을 통해 작가주의 성향을 구축해 온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무려 1억 3200만 달러(약 1405억 원)짜리 블록버스터에 손을 댔다. 판타지 요소가 강조됐다고는 하지만, 노아는 큰 틀 안에서 창조주가 빚어낸 우주, 원죄를 지닌 인류와 같은 성경의 세계관에 충실하면서도 자기 색깔을 잃지 않으려는 감독의 고집이 짙게 밴 작품으로 다가온다.

    신진아 기자(이하 신)
    : 성경에는 기술돼 있지 않은 대홍수가 닥치고 방주에 올라탄 노아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영화적 상상으로 보탰다. 성경에 보면 노아가 신의 계시에 따라 놀랍도록 단호한 의지와 인내로 미션을 수행한 뒤 '포도주를 마시고, 벌거벗을 만큼 취하고, 아들들에게 험한 소리를 퍼부었던 것'으로 나오는 모양인데, 감독이 이 부분에 의문을 품었고, 이를 단서 삼아 노아의 가족에게 생긴 일을 창작했다고 한다.

    : 오프닝 시퀀스에서는 창세기부터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거쳐 노아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성경 이야기를 마치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세계관을 설명하듯 풀어낸다. 여기서 '정말 판타지 영화로 만들었나'라고 짐작했는데 웬걸, 무엇보다 개인·사회적 갈등이 극 전반을 지배한다.

    노아 보도스틸

     

    : 이렇게 지적인 영화일 줄 몰랐다. 성경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인간을 심도있게 들여다보는 점도 그렇고, '정의(justice)'란 화두도 흥미로웠다. 보통 재난영화라면 노아가 방주를 완공해 대홍수에서 살아남는 장면에서 끝나지 않았을까. 이 영화는 노아가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인류 최초의 살인자, 카인의 후손을 물리치고 방주를 성공적으로 띄우는 전반부와 방주 안에서 벌어지는 노아 가족간의 갈등을 다룬 후반부로 나뉜다.

    : 성경에 따르면 노아의 세 아들에게는 모두 아내가 있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세 며느리를 한 명으로 설정했다. 노아에게 세 아들이 있는데 첫째 아들만 임신이 불가능한 아내가 있고, 사랑을 갈구하는 둘째나 아직 어린 셋째에게는 짝이 없다. 이런 상황이 영화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장치로 활용되는데, 대홍수가 세상을 휩쓴 뒤 방주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마치 밀실 공포물을 보는 듯 답답하고 긴박하다.  

    : 방주를 인간이 아닌 모든 생명체를 살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신이 타락한 인간을 심판하기 위해 자연재앙을 일으키면 다른 생명체도 죽는다. 그 '무고한' 동물들을 살리기 위해 방주를 만든다. 물론 인간도 그 생명체 중 하나로 노아의 가족이 방주에 탔는데, 영화에서는 노아가 신의 뜻을 헤아리면서 인류의 생존여부를 두고 고민한다.

    노아 보도스틸

     

    :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감독답게 눈과 귀를 확 잡아끄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끝없이 펼쳐진 황폐한 벌판 위에 우뚝 솟은 녹색 산, 물과 불과 피로 점철된 그로테스크한 노아의 꿈과 환상들, 타락한 인간을 도운 대가로 바위가 되는 벌을 받는 천사들, 대홍수를 피해 언덕에 올라 절규하는 인간들의 모습 등은 마치 낯선 초현실주의 그림을 보는 듯 대번에 머릿속에 각인된다. 어둠에서 시작해 빛과 우주가 만들어지고 생명체 진화 과정을 보여 주는 창세기 시퀀스는 몹시도 강렬하다.
     
    : 신비롭고 이색적인 분위기의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는 방주를 무대로 좀 더 인물들 간의 갈등에 집중한다. 아버지와 아들, 부모와 자식 등 가족은 사회의 최소단위다. 이들의 갈등과 대립은 인간사회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갈등을 비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갈등이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타인의 존재를 이해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한다.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와 화합, 협력을 통해 공생의 가치를 지닌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지 않을까.

    노아 보도스틸

     

    :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갈망과 '믿음 소망 사랑 중 제일은 사랑'이라는, 굳이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보편타당하게 공감할 가치가 떠오르는데, 이는 인간에 대한 치열한 탐구가 전제됐기 때문에 더 피부에 와닿는것 같다.

    : 노아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끝없는 욕망만을 부추기는 현재 세계를 비판하고 새 세상에 대한 갈망을 드러낸다. 이 영화는 자칫 종교적 입장에 머물 수도 있었을 이야기에서 현실 세계와 직결된 보다 보편타당한 가치를 길어 올렸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품고 있다.
     
    : 노아의 할아버지 므두셀라는 969세에 생을 마감해 성경에서 가장 오래 산 인물로 기록돼 있다. 안소니 홉키스가 므두셀라를 연기했는데 정말 적임자가 아닐 수 없다.

    : 노아 역의 러셀 크로우도 인상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제니퍼 코넬리와 엠마 왓슨에게 더 눈길이 가더라. 아역배우 출신인 제니퍼 코넬리가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전작 레퀴엠을 통해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해 폭넓은 연기 영역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아역 꼬리표를 떼려 애써 온 엠마 왓슨에게 이 영화는 성인식과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감독이 만들어준 빛나는 무대에서 그녀는 아름답게 모두의 기대에 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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