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에 사는 대다수 고려인도 크림의 러시아 편입을 지지한다."
블라디미르 김(42) 크림 지역 고려인(옛 소련권 거주 토착 한인) 협회 회장은 크림의 러시아 귀속 결정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15일(현지시간) 심페로폴에서 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지 거주 고려인들의 입장을 이렇게 전했다.
크림 수도 심페로폴시 외곽의 심페로폴군 부군수직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은 "여러 고려인 동료와 얘기를 나눴지만 대부분이 러시아로의 편입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면서 "고려인들도 러시아를 자신들의 조국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친서방 노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연해주 등 러시아 극동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한 뒤 소련 내 여러 지역으로 흩어지는 운명을 겪었지만 고려인들은 여전히 러시아를 조국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김 회장은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고려인들이 크림 지역으로 본격 이주한 것은 1950년대부터다. 당시 소련 정부가 기후 조건이 좋은 크림에서 벼농사를 발달시키기 위해 농사 기술로 명성을 얻고 있던 고려인들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크림으로 불러들였다. 이후 지금까지 크림은 우크라이나에서 벼농사가 가장 발달한 지역으로 남아있다.
김 회장의 부모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살다가 1960년대에 크림으로 건너와 농사를 지었다. 김 회장은 크림에서 태어나 현지 최고의 국립대학인 심페로폴 국립대(현 타브리스키 국립대)를 졸업하고 지역 정부에서 일하게 됐다.
그는 현재 크림에 거주하는 고려인은 약 4천명으로 추산되며 그 가운데 약 600~700명 정도가 수도 심페로폴에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려인들의 절대 다수인 약 80%가 여전히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일부는 사업이나 관계로 진출해 성공한 사람들도 있다.
김 회장은 크림의 러시아 귀속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결과에 대해 "80% 이상이 찬성할 것으로 본다"며 "나도 개인적으로 찬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크림반도에 130개 이상의 민족이 살고 있지만 대부분이 러시아어를 사용한다"며 "키예프의 중앙정부가 러시아계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우크라이나어를 공식어로 정해 강제로 사용하게 하는 등의 인권 침해를 저지른 것이 오늘 크림인들의 반발을 불렀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