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대통령 (자료사진)
16일(현지시간) 실시된 우크라이나 크림공화국의 주민투표에서 예상대로 러시아 귀속을 압도적으로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크림 자치정부는 주민 투표 잠정 집계 결과, 95%의 주민이 러시아 귀속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러시아 귀속 최종 투표 결과가 나오면, 크림 정부는 러시아에 곧바로 합병 절차를 밟아달라고 공식 요청할 예정이다.
러시아 하원과 상원 승인을 거쳐 푸틴 대통령이 서명하면 합병 절차는 마무리된다.
러시아 하원은 오는 21일 외국 영토 합병 절차 간소화법을 통과시킨 뒤 크림공화국 합병을 논의할 예정이다. 상원 심의도 곧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상·하원은 크림 편입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 의회 관계자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이같은 입장을 밝혀왔다.
크림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서명을 포함한 모든 합병 절차가 이달 안에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블라디미르 콘스탄티노프 크림자치공화국 의회 의장은 13일 “크림공화국은 러시아에서의 병합 절차가 3월말에 끝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림공화국은 우크라이나 과도정부가 들어선 이후 중앙 정부의 지시를 받지 않는 독자 정부와 의회를 구성하는 등 러시아의 지원하에 탈(脫) 우크라이나 행보를 계속해왔다.
크림주(州)는 지난 1992년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면서 헌법을 채택했는데, 당시 크림은 완전한 분리독립에는 실패했지만 자치공화국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제 크림반도의 운명은 푸틴의 손에 달렸다. 이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16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가진 전화 통화에서 “크림 주민투표는 국제법의 규범에 부합하며 러시아는 크림 주민들의 선택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크림반도 합병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크림공화국을 러시아로 귀속시킬지는 불투명하다.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주권국가의 일부를 합병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와 서방은 투표 자체의 불법성을 주장하면서,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6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주민 투표는 우크라이나 법에 따르면 불법”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미국은 주민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미 백악관은 러시아가 크림 자치공화국에서 물러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의 엄청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푸틴이 서방과의 협상을 통해 최대한 양보를 얻어낸 뒤, ‘우크라이나의 영토 통합성을 존중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합병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합병을 감행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와 서방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푸틴으로서는 자신의 정치생명을 거는 모험을 해야 하는 등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