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의 양동근이 23일 울산에서 열린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SK를 상대로 레이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서울 SK는 울산 모비스 전력의 핵심이 양동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변칙 수비를 준비했다. 신장 181cm의 양동근보다 17cm가 더 큰 포워드 박승리를 전담 마크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사이즈로 압도하는 것이다.
당연히 양동근의 발이 더 빠르다. 그래서 한 가지를 더 준비했다. 애런 헤인즈가 상대 빅맨을 막는다. 양동근과 벤슨이 2대2 공격을 시도하면 수비수 둘이 스위치를 한다. 박승리와 헤인즈는 신장과 스피드가 비슷해 스위치를 해도 미스매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문경은 SK 감독은 23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안 풀릴 때 풀어주는 선수는 문태영과 양동근"이라며 특히 양동근을 괴롭히는 수비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양동근은 흔들리지 않았다.
1쿼터 종료 3분50초를 남기고 박승리가 투입됐다. 양동근이 함지훈과 2대2 공격을 했지만 박승리와 헤인즈가 자연스럽게 스위치를 하면서 공간을 지워버렸다.
2쿼터 막판 똑같은 수비가 재현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위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양동근은 저돌적인 돌파로 레이업을 성공시켰다. 박승리의 발로 양동근을 따라잡기에는 무리였다.
2쿼터 종료 43.6초를 남기고 양동근 앞에 박상오가 섰다. 수비 로테이션 과정에서 생긴 미스매치였다. 양동근은 여유있는 드리블로 박상오를 흔들다가 풀업 점퍼를 던졌다. 공은 백보드를 맞고 깨끗하게 림을 통과했다.
Sk가 변칙수비를 제대로 구사한 것은 아니지만 양동근이 동요없이 여유있게 대처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양동근은 2쿼터에만 9점을 넣었다. 야투 4개를 던져 100% 성공률을 기록했다. 모비스는 2쿼터 10분동안 양동근의 활약을 앞세워 SK를 25-14로 압도했다. 43-26이라는 믿을 수 없는 스코어로 전반전이 끝났다. 여기서 승부가 갈렸다.
모비스는 SK를 71-62로 제압하고 5전3선승제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1차전 승리를 가져갔다. 양동근은 11점 4어시스트 2리바운드에 스틸 3개를 보태며 승리를 이끌었다.
양동근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수비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다. SK의 해결사 김선형을 꽁꽁 묶었다.
김선형은 이날 야투 9개를 던져 1개 성공에 그쳤다. 김선형은 단 한번도 양동근을 시원하게 제치고 들어가지 못했다. 힘과 스피드, 예측까지 모든 면에서 양동근의 수비는 빛났다. 모비스의 조직적인 수비력이 양동근을 뒷받침했다.
김선형은 3점 4어시스트로 부진했다.
SK가 후반 들어 전면강압수비를 펼칠 때도 양동근은 의연하게 대처했다.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무리없이 공을 공격 코트로 운반했다. 베테랑의 여유는 보통이 아니었다.
양동근은 1년 전 포스트시즌에서 김시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번 정규시즌에서는 신인 이대성이 양동근을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대성은 부상 때문에 4강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