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10일이었던 민간 항공기 장기 실종 기록을 연일 경신하며 이목을 집중시킨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는 실종 17일 만에 인도양 남부에 추락한 것으로 결론내려졌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24일 영국 인공위성 인마샛에 수신된 실종기 신호를 토대로 비행항로를 추적한 결과 호주 서쪽 인도양에서 비행이 끝났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그러나 지난 8일 사라진 여객기와 탑승자 239명의 운명에 대한 답은 내놨지만 기체의 위치나 사고 원인 등 핵심 의문에는 답이 되지 못했다.
비행 항로를 분석한 말레이시아 정부와 항공사, 영국 항공사고조사국(AAIB), 인마샛 측은 '인도양 남부 추락'이라는 결론을 확신하고 있다.
인마샛은 애초 실종 여객기의 통신기기 작동 중단 후 자동 송신되는 엔진 가동 신호를 포착, 이 항공기가 7시간동안 라오스∼카자흐스탄의 북부항로와 인도네시아 서부∼인도양 남부의 남부항로 중 하나를 비행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팀은 음파나 전파 등을 내는 물체나 관측자의 운동에 따라 파장이 변하는 '도플러 효과'를 근거로 시간에 따른 실종기의 신호 변화 패턴을 확인하고 이를 이미 확보한 남·북부항로의 다른 항공편 신호들과 비교해 항로를 추정했다.
결국 사고기가 남부항로를 비행했고 항공기 신호의 최종 위치가 서호주 퍼스 서쪽 인도양 한복판이라는 결과에 따라 추락 결론에 이른 것이다.
조사팀은 추정항로의 오차 범위는 ±160㎞ 정도이고 최종 위치에서 수백㎞ 안에 항공기가 착륙할 수 있는 육지가 없어 탑승자 생존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것으로 추락한 장소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항공기가 추락한 장소는 사고원인 규명에 열쇠가 되는 블랙박스 회수에 꼭 필요한 정보다.
추정항로의 오차범위가 ±160㎞라고 밝힌 만큼 수색범위는 기존의 수만㎢보다 훨씬 좁힐 수 있지만 이는 블랙박스 회수작업을 하기엔 너무 넓기 때문이다.
2009년 대서양에 추락한 에어프랑스 여객기의 블랙박스를 2년 만에 3천900m 해저에서 회수한 프랑스 항공사고조사국(BEEA)은 해저 수색을 시작하려면 수색 범위를 더 좁게 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락 여부와 함께 가장 큰 미스터리인 누가, 왜, 어떻게 여객기를 인도양 남부로 몰아 추락시켰느냐 하는 의문도 그대로 남는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조종사 등 고도의 비행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의 고의적 행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할 뿐 어떤 신빙성 있는 시나리오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증거는 탑승자 중 누군가 실종 항공기의 통신시스템을 껐고 남중국해 상공에서 항로를 서쪽으로 틀어 말레이반도를 가로질러 말라카해협 북부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는 것뿐이다.{RELNEWS:right}
말레이시아 당국은 테러와 사보타주, 기계적 고장이나 결함, 심리적 문제가 있는 조종사나 다른 탑승자 관련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단서는 조종석 음성기록장치와 비행기록장치가 들어 있는 블랙박스를 회수해 분석해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블랙박스 전지의 작동시간은 사고 후 30일밖에 안 되기 때문에 이미 18일째에 접어든 사고기 수색은 인도양 남부의 험난한 환경뿐 아니라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