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좌측),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26일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에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자료사진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힘을 합친 새정치민주연합이 26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의석수 130석의 범 야권을 아우르는 거대야당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통합의 매개는 '새정치'였고, 노선은 조금 우측으로 옮겨갔다. '산업화'와 '번영', '안보'를 정강정책에 포함시킴으로써 외연확대에 대한 의지를 담았다. 정치사를 볼 때 건강한 야당이 존재한다는 것은 정부.여당의 독선과 독주를 견제하고 민생을 중심에 놓는 정치를 가능케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날 '낡은 정치의 종말'에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은 미래로 가는 새로운 체제의 출발"이라고 말했고, 김한길 대표는 "새정치가 낡은 정치를 물리쳐야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 정권교체의 의지를 다지는 발언들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야심차게 닻을 올렸지만 주변 정치상황은 결코 녹록치 않다. 우선 낮은 당 지지도를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난제다. 통합의 시너지 효과는 6.15, 10.4선언 등을 정강정책에 포함시키느냐를 둘러싼 논란으로 상당부분 까먹은 상태다. 이 때문에 30%를 넘었던 통합선언 직후의 당 지지도는 다시 20% 초중반으로 크게 후퇴했다. 지금은 잠복해 있지만, 고질적인 계파갈등은 중요한 정치적 고비마다 고개를 치켜들 공산이 농후하다. 기초선거 무공천 문제는 휘발성을 지닌 채 현재진행형의 당내 분란 요인이다.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들을 안고 통합신당호가 출항했다. 김한길.안철수 투톱체제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의 주장처럼, ‘선거를 앞둔 급조정당’이거나 ‘100년 정당은 커녕 시한부 동거하는 부실아파트’란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기존의 낡은 정치관행을 타파하되,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며 오랜 생명력을 갖는 개혁정당의 모습을 갖추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여론지지율에 ‘한방’은 없다. 추상적이거나 뜬구름잡는 개혁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새정치를 실천하고 민생을 살피는 모습이 차곡차곡 쌓일 때 비로소 얼어붙은 민심이 움직일 것이다.
기초선거 무공천 문제는 하나의 시험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대선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대의와 ‘무공천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선거현장의 아우성 사이에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기호2번을 포기한 선거는 무소속 후보의 난립과 전통적 지지층 흡수에 어려움을 초래해 수도권 필패를 우려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자리까지 오른 주요 요인에는 ‘선거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이 자리잡고 있다. 그만큼 지도자의 리더십은 선거 결과와 상관관계가 깊다. 새누리당이 호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선공약을 관철할 지, 무공천 방침을 수정할 지는 전적으로 새 지도부의 몫이지만, 그 결과 또한 새 지도부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계파 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통합신당의 성패를 좌우하는 또다른 포인트다. 이른바 친노와 비노의 계파 갈등이 국민들의 불신을 불러온 만큼 안철수 세력이 합쳐진 신당은 내부 사정이 더욱 복잡해졌다. 원심력보다는 구심력이 강한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통합의 리더십이 숙제다.
정치적 멘토로 불렸던 윤여준 전 장관이 최근 안 대표와 두 번째 결별했다. 안철수 대표에겐 상처일 것이고 앞으로도 그는 끊임없이 정치력을 시험받는 과정을 겪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소수 세력에 불과한 그가 정치력을 인정받을 가장 큰 시험대는 정치생명이 걸린 지방선거일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