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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재벌일가는 왜 연봉 공개를 꺼리는가?

    • 2014-04-01 16:22

    [노컷사설]

    (왼쪽부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라희 리움 미술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자료사진 / 송은석기자)

     

    대기업 등기임원들의 개별 연봉이 공개되면서 과연 연봉 공개의 취지가 제대로 작용하고 있는가 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

    법을 개정해서 올해부터 대기업 임원의 연봉 공개를 의무화하도록 한 것은 기업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상당수의 재벌 총수와 그 가족들은 미등기 임원으로 남아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표적인 게 삼성이다. 국내 부동의 재계 1위, 세계 기업 순위 26위, 대학생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은 직장 1순위 같은 위상을 자랑하지만 오너 일가가 과연 얼마나 많은 보수를 받는 지 알 길이 없다.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의 연봉만 공개됐을 뿐 이 회장 본인이나 이재용 부회장, 이서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은 등기임원이 아니어서 대상에서 빠졌다.

    범 삼성 가문인 신세계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부회장 등도 예외 없이 연봉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물론 삼성에는 오너가 아닌 등기임원들이 있고, 이들 전문 경영인들이 연봉 상위권을 휩쓸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삼성을 쥐락펴락 하는 게 오너 일가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보수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일부러 등기임원을 회피했다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이건희 회장은 보수를 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배당금이 천억 원이 넘는다.

    최태원 SK 회장과 이재현 CJ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은 이번에 연봉이 밝혀졌지만 사법 처리되면서 스스로 등기임원에서 물러나 내년에는 연봉을 공개할 필요가 없게 된다.

    재벌 총수와 그 가족들이 소수의 지분을 가지고 황제경영을 하면서도 등기임원을 회피하고 연봉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현 보수공개 제도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은 물론 책임 경영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반쪽짜리 연봉 공개로는 재벌에 대한 이미지만 더 나쁘게 할 뿐이다.

    일정 규모 이상 모든 기업의 임원 연봉을 공개하거나 기업경영에 책임이 있는 기업 총수와 가족, 대주주들이 공개 대상에 포함되도록 하는 보완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또 하나 강조할 것은 연봉 공개가 위화감을 조성하거나 반기업정서의 확산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임원 보수 공개는 궁극적으로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 기업의 가치와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상장사 등기 임원이 일반 봉급쟁이의 상상을 뛰어넘는 연봉을 받는다해서 이를 질시하거나 사시로 바라볼 이유는 없다.

    우리 기업인들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받는 세계적 기업 경영자들이 비일비재하다. 자본주의에서 큰 이윤을 내는 회사의 임원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다만 적절한 보상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사회적 토론을 하는 계기는 필요하다.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점은 우리 재벌가에서 외국과 같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했고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전 재산의 85%를 사회에 기부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역시 통 큰 기부로 뒤를 잇고 있다.

    반면 우리 재벌총수들은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에 급급할 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합당한 대우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인들이 많아져야 고액연봉을 존중해주는 문화도 자리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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