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병합 이후 서방과 러시아 간 '신냉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대(對)러시아 관계를 전면 재검토한다.
아울러 나토는 러시아로부터 위협을 느끼는 동유럽 동맹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군사력을 증강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는 발트해 연안 국가 등 과거 소비에트 연방에 소속됐던 동유럽 국가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관련 기사
이틀간 열리는 나토 외무회의는 또 크림 반도를 상실한 우크라이나가 동부 지역 등 다른 지역까지 위협받지 않도록 영토적 통합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나토 소식통이 전했다.
첫날 회의를 마치고 발표된 성명은 "나토는 동맹국에 대한 어떠한 침략 위협에도 억지력과 집단적 방위를 제공할 것을 약속하며 이를 위해 적절한 군사력 증강과 가시적인 보장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성명은 구체적인 군사력 증강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동유럽 국가에 나토군을 배치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발트 국가에 상설 군사기지 배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집단적 방위 능력을 증강할 수 있는 모든 선택을 고려하고 있다. 그 방안에는 적절한 병력 배치, 군사 훈련, 방위 계획 확충 등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병합한 이후 처음 열린 나토 외무회의는 나토와 러시아를 포함한 동유럽 국가들이 맺은 '평화를 위한 동반자' 협정에 따른 협력 관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결정했다.
나토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러시아와의 모든 군사 및 민간 협력을 중단했다.
그러나 나토와 러시아 간 협의 기구인 '나토-러시아 위원회'의 고위급 접촉은 유지된다.
나토와 러시아는 1990년대 옛 소련이 붕괴한 후 동유럽 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동유럽의 러시아 접경 지역에 병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상호 약속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가 먼저 약속을 깬 것으로 나토는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나토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발트해 연안 국가에 군사 기지를 세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번 나토 회의에서 독일은 발트해 3국에 대한 군사적 지원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독일 정부는 발트 국가에 전투기 6대와 해군 함정 등을 파견할 준비를 마쳤다고 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동유럽 공산 정권 붕괴와 구소련 연방의 해체로 냉전 구도가 종식된 이후 나토는 테러 대응, 대량파괴무기(WMD) 확산 방지 등 새로운 임무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위기관리와 파트너십을 통한 협력 안보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군사적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나토에 집단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폴란드, 루마니아, 발트 3국, 몰도바 등 동유럽 국가들은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서 안전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친(親) 러시아계의 분리주의 움직임이 있는 발트 3국과 몰도바 등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무력 점거한 것과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크림 반도를 병합한 러시아에 대해 다른 인접국으로 침범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달 26일 브뤼셀 EU 본부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의 영토 침략 위협을 느끼는 인접 국가에 대해 군사력을 증강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에 취약한 동유럽 국가에 대해 정규 나토 병력을 유지해야 하며 아울러 28개 나토 동맹국들은 비상사태 시 대응 계획을 수립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