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번 4월 임시국회는 여야의 정치적 대립에도 불구하고 시급한 민생문제 해결과 새정치를 내건 야권의 통합신당이 출범한 이후 첫 국회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이른바 '송파 세모녀법 자살방지법'으로 불리는 기초생활보장법 등 일부 민생복지법안에 대해 여야 모두 이견이 없는 상황이어서 모처럼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고 일하는 국회의 모습이 기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당 원내대표의 막말 발언으로 상생의 정치에 대한 기대가 처음부터 어긋났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2일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연설 도중에 ‘너나 잘해’라고 고함치며 비아냥댔다. 안 대표가 “기득권 내려놓기의 상징이었던, 기초공천 폐지 공약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왜 대선공약 폐기를 여당의 원내대표께서 대신 사과하시는지요? 충정이십니까? 월권이십니까?”라고 지적하자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자존심이 상했을지는 몰라도 매우 부적절하고 잘못된 대응이다.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 지켜지지 않는 것을 여당 원내대표가 나서 사과하고 무마하려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틀린 얘기가 아니다. 또 기초선거 공천폐지 약속 파기가 여야의 핵심 쟁점이 된 만큼 일방적인 정치공세로만 볼 수도 없다. 그런데도 여당 원내대표가 야당 대표의 연설 도중에 불쑥 끼어들어 언성을 높인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다. 최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야당 대표에 대한 예의 문제를 떠나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를 모독하는 행위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전날 새누리당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민생우선 정치에 공감을 표시하며 신당이 추구하는 정강정책이 새누리당의 정치철학과 쌍둥이처럼 닮았다고까지 말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 정치가 추구해야 할 공동의 선‘이라면서 상생의 정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자신의 막말 발언으로 이것을 불과 하루 만에 뒤집은 꼴이 된 셈이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은 “집권당 원내대표의 품격을 내팽개친 몰상식한 행동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최경환 대표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상생의 정치는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내 비위에 맞지 않는다고 무조건 외면하고 어깃장을 놓는다면 극한의 대립에서 벗어날 수 없다. 최 대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