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나직하고 차분한 음성, 훤칠한 키에 반듯한 용모, 모델 출신의 연기자 김성수는 이제껏 외모에서 풍기듯 깔끔하고 도전적인 이미지를 작품들 속에서 배반하지 않았다.
MBC ''누나''에서는 아예 그런 반듯한 이미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불새''의 오경훈 감독은 김성수의 이미지를 그의 전작들에 이어 이어가고 있다. 단 부담가는 기름기는 쫙 뺐다.
"전 밤 촬영 씬이 거의 없어요. 워낙 건우가 모범적인 이미지라서 그런지 전 주로 새벽 아침부터 촬영해서 오후가 되면 끝나요. 아침형 인간이 된거죠. 하하하. 촬영장을 오면 힘들었다가도 기분이 좋아져요. 아침의 신선한 공기를 마실때의 기분처럼요."
하루 온종일 촬영에 대사 분량도 많고 목청을 높였다가 또다시 슬픔에 젖는 기복이 심한 송윤아가 옆에서 입을 삐죽 내민다.
김성수가 이번 드라마에서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모델출신의 도시형 분위기에서 풍기는 이미지에서 서민형으로 ''기름기''를 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김성수가 연기하는 건우는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 사연 많은 아버지와 후덕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요즘 보기 드문(?) 대가족을 구성하는 집의 장남이다.
부잣집딸 승주를 말없이 지켜보다가 어느샌가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는 건우는 대학 국문과 강사.
"지금 촬영중에 마음에 다소 미흡한 것은 건우가 승주에게 너무 소극적인 남자라는 점이에요. 하지만 제가 구성하고 있는 가족은 요즘 좀처럼 보기힘든 가족의 따듯함이 묻어나는 그런 포근한 보금자리죠. 아마도 시청자들이 보실때도 그런 편안함이 전해지기를 바래요."
최근 공개된 촬영 현장은 서울 정릉의 산속에 위치한 오붓한 가정집.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공기맑고 한적한 동네다. 바로 건우네 집이다.
"저 역시도 가족이 핵가족이다 보니 이런 가족이 낯설지만 우리가 과거에 살아왔던 그런 집의 모습아닐까요? 전 치매걸린 할아버지의 부인에 대한 애틋함이 오히려 마음에 와 닿더라구요. 그게 진짜 사랑아닐까하는..."
현장에서 마주한 김성수와 송윤아는 오누이 같이 살가운 분위기다. 연상인 송윤아는 오히려 김성수에게 장난을 치고 김성수는 이를 받아주며 약을 올리기도 하는 모습이 진짜 오누이 같다.
"윤아 씨가 고생이 많죠. 워낙 감정 씬이 많으니 제일 고생 많이 해요." 송윤아를 위로한다.
현장에서 연기를 직접 지도하기도 하는 오경훈 PD는 "두 배우가 모두 연기를 잘하니 굳이 내가 코치할 필요가 없다"면서 "김성수는 건우가 지나치게 바른 생활 사나이처럼 비춰질 지 모르는 위험성을 배우가 지닌 남성성으로 상쇄 시켜주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취재진이 현장에 간날은 마침 경쟁 프로그램인 KBS ''소문난 칠공주''가 30회 연장 방송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였다. 40%를 웃도는 ''소문난 칠공주''에 맥을 못추며 10% 등락을 하고 있는 ''누나''에 대해 김성수는 여전히 자신감을 내비쳤다.
"저희에게는 아직도 40회나 남았잖아요. 이제 겨우 시작인데요. 그리고 작가분이 앞으로 절 어떻게 그려주실지 기다리는 것도 즐거워요. 저랑 승주가 제주도 신혼여행 다녀오고 나면 또 달라질 거에요.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사람좋은 푸근한 웃음을 짓는 김성수가 보여주는 여유는 드라마가 보여주는 따듯함과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건우와 건우의 가족이 보여주고자 하는 우리시대 가족의 훈훈함은 앞으로 드라마를 더욱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