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이이화 "우리 역사에 너무 소홀, 정체성 혼란 걱정"

  • 0
  • 0
  • 폰트사이즈

인물

    이이화 "우리 역사에 너무 소홀, 정체성 혼란 걱정"

    • 0
    • 폰트사이즈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재야 역사학자 이이화

    평생을 삐딱하게 살아왔고, 남이 다 가는 넓은 길에서 튕겨 나와 좁고 가파른 길로 멀리 돌아왔다.

    그 흔한 대학졸업장도 없고 학위도 없지만 명문대 정통코스를 거쳐 교수나 박사를 하는 사람들도 이 사람을 만만하게 보지 못한다.

    후배들 사이에서 작은 거인으로 통하는, 158cm에 48kg, 작은 몸 어디에 그런 깡다구가 있나 싶게 말 힘, 글 힘이 아주 센 이 사람.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민중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대중화에 힘쓴 재야 역사학자 이이화 씨를 22일 방송될 CBS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에서 만났다.

    이이화

     

    -위암수술을 받으셨다는데.

    ▲"1년5개월 전에 받았습니다. 체중이 건강할 때 48kg이었는데 요새는 그것보다 적게 나갑니다. 그래도 초기여서 생명에 지장은 없었어요."

    -파주 헤이리 쪽으로 이사하셨죠?

    ▲"올해 초에 이사 갔지요. 지난 3년간 사회활동을 많이 한 편이라 금년에는 글 쓰는 데 매진하려고 일부러 장소를 바꿔보았지요."

    -2004년 5월에 22권짜리 ''한국사 이야기''가 완간되었는데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10년 걸린 작업이었지요. 22권이니까 개인이 쓴 분량으로서는 제일 많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제 나름대로 ''역사는 엄숙주의에서 벗어나야 된다, 또 아카데미즘에서 벗어나야 된다. 대중과 호흡을 해야 된다, 그래서 문장이나 내용 구성이나 우리 생활이라든지 감각에 조금 더 밀착된 것으로 구성을 해야 된다''는 각도에서 역사의 대중화를 위해 관심을 많이 기울이면서 그 책을 썼지요."

    일선 학교서도 국사는 뒷전, 중국·일본 ''역사 침략'' 빌미줘

    -민중을 주인공으로 보고 역사를 바라보시는 셈인가요?

    ▲"제가 민중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되 계급투쟁적인 시각이 아니라 지극히 휴머니즘적인 관점에서 접근을 한 것이에요. 가령 옛날에 노비들이 뭘 먹고 어떻게 살았나, 어떻게 압제를 받고 살았나, 또 자기 대에서는 그 굴레를 벗어나려고 어떻게 노력을 했는가 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적으려고 노력을 했어요. 기존의 역사책들이 대개 그런 면에 소홀했기 때문에 어떤 점에서는 새로이 관심을 환기시키고 개척한다는 야심도 있었던 것이죠."

    -저도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는데 교수님 중에서 이런 말을 하신 분이 계셨어요. ''역사는 어떤 면으로 보면 승자의 것이다''.

    ▲"그게 역사학이 가지고 있는 큰 한계입니다. 저는 그래서 과거에는 ''승자의 역사''가 역사였지만, 현재에 들어서는 새로운 역사 방법에 의해서 그것을 바꿔놓을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지요.

    과거에는 영웅주의 사관에 빠져서 영웅만 존재하고 그 밑에서 무수하게 희생당한 사람들은 이름도 없이 사라졌어요. 독립운동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김구나 홍범도 같은 분들이 위대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그런 영웅주의적 각도에서 벗어나 그 밑에서 받쳐준 기반 세력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현대 사학이 안고 있는 하나의 과제입니다."

    -22권 써놓고 보니 빠진 것도 있고 잘못된 것도 있는 것 같으신가요?

    ▲"보통 그런 성과물이라고 해서 칭찬만 하려 그러지만 사실 전 후회가 많습니다.

    제가 대중화를 표방했지만 아직도 대중화하는 데에 한계가 있고, 아직도 고대사의 경우 자료가 많은 근대사에 비해 생활사 같은 것을 제대로 복원하지 못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점에 한계를 느낄 때도 있고, 조금 더 이론이 더 치밀했으면 좋았지 않을까 하는 점에 대해서도 부족을 느낍니다."

    -역사서를 쓰시면서 우리가 역사를 보는데 어떤 오해를 한다고 보시나요?

    ▲"대단히 많지요. 예를 들어 ''강한찬''이 ''강감찬''으로 잘못 알려진 것이나 신라가 당나라의 발해공격 요청에 머뭇거리면서 공격을 안 한 것을 ''공격하려 했다'' 대신 ''공격했다''고 함으로써 마치 발해와 신라가 정면으로 싸운 것처럼 나온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죠. 그런데 옛날에는 사료를 많이 보지도 못했고 인터넷 검색 같은 것도 없어서 전부 책을 봐야 했는데, 오늘날은 우리가 행복하게도 여러 가지 실록 등의 중요한 자료들도 인터넷으로 다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옛사람들이 틀린 것을 가지고 무조건 비난하기 전에 그런 시대사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중고등학교에 국사시간이 없어졌다는데.

    ▲"그것은 두 가지 배경이 있어요. 우리나라가 식민지도 되고 해방 이후에 분단되었기 때문에 역사교육을 상당히 중시했습니다.그런데 민주화가 되고 세상이 다양화되면서 여러 분야가 생기니까 할 일이 많아지고 배울 것도 많아져서 국사가 점점 밀려났어요.

    옛날에는 외국 유학시험에도 국사가 있었고 5급 공무원, 그러니까 지금의 9급 공무원 시험에도 국사가 있었는데 이게 자꾸 하나씩 하나씩 빠져나가다보니까 일본이 자꾸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중국에서는 고구려사를 자기네 역사라고 우겨대는 일이 벌어지고 새삼스럽게 역사교육 문제가 일어난 것이죠.

    예를 들면 미국도 미국사는 대단히 중요시하고 중국은 말할 것도 없어요. 중국에 근대사학이 들어오면서 소수민족에 대한 관심을 많이 높이고 인권도 존중하고 했지만, 요즘에는 다시 패권주의로 돌아가 역사를 왜곡하는 단계로 들어갔습니다.

    오늘날 지구촌화, 세계화라는 이유 속에서 우리 국사를 너무 소홀히하는데 그것이 결국 자기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무슨 일을 하고 싶으세요?

    ▲"헤이리에서 동학농민전쟁사랑 개인 자서전을 금년 안에, 혹은 내년까지 집중적으로 써서 마무리 지으려고 합니다.

    주위에서 자서전을 많이 쓰라고들 했는데 저는 개인 자랑을 하려는 게 아니라 그 시대상을 나라는 개인을 통해서 얘기할 수 있기 때문에 쓰려고 합니다."

    오욕의 과거는 분명히 청산, 모두 손잡고 화합의 미래로

    -오늘날 과거사 청산 문제가 우리 역사의 아주 중요한 화두인데 역사학자로서 어떤 평가를 내리시는지.

    ▲"저는 역사는 개혁되어 평등의 역사가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그러나 갈등은 청산해야 됩니다. 과거사라고 하니까 갈등을 새로 유발하자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는데, 우리는 친일파 문제 같은 오욕된 역사를 분명히 청산하고 미래 화합으로 가야 됩니다.

    한국전쟁 때 이데올로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폭격에 의해 죽었는데 지금까지 명예회복을 안 시켜줬어요. 이런 것은 인권의 문제이지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에요. 오늘날 세계는 인권으로 갑니다.

    인권을 존중해주는 그런 역사를 위해서라도 과거사를 정리하고 서로 화합해서 미래에는 정말 손잡고 밝은 사회로 가야 된다고 봅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그것을 해서 오늘날에 그런 갈등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과거사를 청산하는 게 누군가를 응징하자, 벌주자는 것은 아니고 이것을 묻어놓고 가면 미지근한 상태로 유지될 뿐이니까 우리가 이 시대에 재빨리 청산하고 화합의 미래를 열어가야 된다는 것입니다."


    ※CBS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표준FM 98.1MHz)는 월~토 오후 4시 5분에 방송된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