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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박정희처럼 생긴 놈이 잘도 ''help yourself''

    [이서규의 영어와 맞짱뜨기]

    영어

     

    얼마 전 언론보도를 보니 속칭 ''거시기''라는 말을 반복해 수많은 관객을 웃긴 영화 ''황산벌''을 번역하는데 이 ''거시기''가 ''머시기''해서 영어번역에 애를 먹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이 영화의 영문자막을 보니 우리말로 엄청나게 다양한 뜻을 가진 ''거시기''를 단지 한 가지 영어단어만을 사용해 해석하려는 것 같다.

    문제의 ''거시기''는 ''it''으로 번역했는데 어떤 면에서는 맞는 해석이기는 하다.

    말하기 곤란하고 애매한 말을 할 때 영어에서는 ''it''이 등장하는데 예를 들어 ''누가 방귀를 뀌었다''고 할 때 ''Somebody let it out''이라고 한다.

    냄새 나는 방귀를 대놓고 거론하기 그러니 누가 뭔가를 내뿜었다, 놓쳤다 정도의 번역을 해도 무방하다.

    전라도 사람들이 말을 하다 잘 생각이 나지 않거나 말하기 곤란하고 애매한 것을 지칭할 때 ''거시기''를 연발하니 맞는 표현이기는 하다.

    그런데 신라 군에 요새가 함락되기 직전인 긴박한 상황에 계백장군이 뜬금없이 주인공 ''거시기'' 병사에게 "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는 장면에서 ''거시기''는 "그냥 거시기 라고만 알아두소"라고 말한다.

    이 위기 속에 자기 같은 말단병졸의 이름이 뭐가 중요하냐는 투정인데 이를 ''No name''으로 번역했다.

    이는 ''난 이름없소''인데 이를 ''Mum''s the word''라고 말하면 어떨까? 정신 없는 판국에 장군이고 뭐고 간에 내 이름을 왜 알려고 하느냐는 뜻에서는 이 말이 더 어울린다.

    [BestNocut_R]이 말은 ''비밀'' 이라는 의미인데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는 말을 자기 어머니에게는 고백하는 속성을 빗대어 쓰는 표현이다.

    미국 흑인들은 ''the word to your mother''라는 말을 인사말처럼 쓰는데 ''까불지 마, 자식아!''라는 의미로 ''나한테는 네 엄마에게 하는 것처럼 공손해라''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영어에서 관용어구 가운데는 이렇게 원래 욕설이었던 것이 상당히 있다.

    ''마음껏 드세요''로 번역되는 ''help yourself''도 주인이 일일이 먹을 것을 건네주지 않고 알아서 적당히 드시라는 비아냥이 담겨 있다.

    전주에는 필자가 즐겨 가는 콩나물국밥집이 있는데 주인은 입이 상당히 건 욕쟁이 할머니다.

    옛날 전주를 방문한 고 박정희 대통령이 이 식당에 전화로 배달을 시켰더니 상대가 대통령인지 모른 이 할머니는 "쳐먹고 싶으면 알아서 기어와야지, 모주가 배달하다 식으면 어떡해?"라고 욕을 해 대통령이 식당까지 왕림했다고 한다.

    그때 우리의 욕쟁이 할머니는 대통령에게 "그 놈 박정희처럼 생긴 놈이 잘도 쳐먹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전주판 ''help yourself(챙겨주지 않아도 잘 쳐먹네)''인 셈이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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