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의 사랑의 결실맺고 2005년 1월 21일 화촉을 밝히는 탤런트 이주희(사진=노컷뉴스)
탤런트 이주희의 결혼발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쏟고 있다.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탤런트의 결혼''이 아니다. 과연 그 험하다는 연예계에서 12년간의 사랑을 지키고 그 결실을 어떻게 맺을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다. 세간의 이목에도 12년간 조금씩 조금씩 마치 사랑의 이중주처럼 안단테 사랑을 풋풋하게 가꿔온 이주희씨와 김준범 커플의 12년간 사랑 이야기를 구술정리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1993년 3월 31일이다. 장소는 강남 압구정동 방주병원 뒷편 단란주점에서 바뀐 한 카페였다. 이주희가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 1학년에 입학하고 한달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미스코리아 출신 유하영이 두 사람의 소개팅을 주선했다. 김준범씨는 "소개팅이라는 것을 해본 적도 없지만 연예인이라는 점 때문에 무척 망설였다"면서 "거의 끌려나가다시피한 자리였다"고 한다. 이주희에게 이 소개팅은 결국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소개팅''이 된 셈이다.
김준범씨는 "흔하게 첫눈에 반했다고 말들 하지만 주희씨의 첫 느낌은 그 이상이었다"면서 "원더풀데이라는 노래가 흘려나왔는데 주희씨를 만난 그날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며 피앙세 이주희에 대한 첫 느낌을 회상했다.
서울대와 동국대 오가며 ''도서관 데이트''로 사랑가꿔이주희 역시 김준범씨에 대한 첫 느낌에 대해 "성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았던 때라 비교대상도 없었다"며 활짝 웃었다.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느낌은 전하지 않은 채 풋풋한 만남을 가졌다. 100일째 되던 날 ''이 여자다''싶어던 김준범씨가 지금까지 매일 써온 68통의 편지를 통해 자신의 사랑을 전달했고, ''성실함''에 반한 이주희 역시 그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 대학교 도서관을 오가며 캠퍼스 데이트를 즐겼다. ''깨끗해요''라는 존슨앤존슨의 CF를 통해 얼굴이 잘 알려진 탓에 두 사람이 가장 편하게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곳은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할 필요없는 도서관이 최적의 장소였다.
이후 두 사람의 만남은 ''풋풋한 사랑'' 그 자체. 이주희는 당시를 회상하며 한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당시 제가 고척동에 살았거든요. 근데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던 준범씨에게 보고싶은 마음 반, 투정 반으로 ''캔디바''가 먹고 싶다고 했어요. 우리 집 근처 가게에서는 캔디바를 안 파니 다음에 꼭 사달라고 부탁했지요. 그랬더니 준범씨가 서울대 도서관 매점에서는 판다며 그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온 거예요. 한 여름이었는데 아이스크림이 하나도 녹아있지 않더라구요. 어떻게 가져왔냐고 물었더니 ''택시 에어콘 바람 나오는 곳에 아이스크림을 바짝 붙인 채 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감동한 적이 있어요."
이주희는 "이 사람은 나를 위해 한여름에도 아이스크림을 녹게 하지 않을 정도로 사랑하는구나"하는 느낌을 가졌고, 그 이후도 ''아이스크림 믿음''은 변함이 없었다고 한다.
훈련소 4주동안 헤어지면서도 치밀한 이벤트로 이주희 감동12년간 사귀면서 두 사람이 헤어진 적은 딱 한 번. 95년 김준범씨가 공익근무요원으로 국방의 의무를 치르기 위해 훈련소에서 4주간 보낼 때였다. 4주만 훈련받으면 다시 만남을 가질 수 있었지만 김준범씨는 그 4주간이 "이런 말 하면 현역으로 복무하신 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하지만 천년같고 만년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래서 김준범씨는 ''사랑의 이벤트''를 만들었다. 훈련소 정문에서 이주희씨에게 4주간 매일 한 통씩 읽을 편지를 미리 주었던 것이다. 그 안에는 물론 친구들과 함께 볼 영화나 연극표, 혹은 촬영이 없는 날을 염두에 두고 미리 예약해둔 훼미리레스토랑 연락처를 넣었다. 물론 이같은 이벤트를 위해선 미리 영화표를 사두었었고, 레스토랑의 매니저에게 예약을 한꺼번에 해두었을 정도로 치밀(?)했다.
도서관 데이트 덕분에 공부에 더욱 취미를 붙인 이주희는 동국대 대학원에 진학을 했다. 촬영 스케줄이 없는 휴일에는 서울대와 동국대 도서관에서 두 사람은 데이트를 즐겼다.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이주희가 동국대 대학원 연극영화과에 진학을 한 것도 김준범씨의 배려가 한몫했다. 그 덕에 현재 이주희씨는 연예인으로서는 드물게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지난 해 2월 논문자료시험을 통과한 상태다. 내년쯤엔 논문심사를 받고 다시 연기생활과 학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이들 두 사람의 한결같은 사랑 때문에 양가 부모 사이에 결혼에 대해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양가부모가 만나기 전부터 서로의 집안을 오가며 한가족처럼 지냈다. 요리솜씨가 뛰어난 이주희의 어머니는 김치를 담글 때면 예비사위나 다름없었던 김준범씨 집안에서 먹을 김치도 함께 했다. 김준범씨의 가족 역시 자연산 송이라든가 특별한 먹거리가 생기면 놀러운 이주희씨의 손에 쥐어줄 정도로 ''예비 며느리''에 대한 사랑을 베풀었다.
서울대 생물학과에서 뛰어난 학업성적을 거둔 덕(김준범씨는 이를 도서관 데이트 덕분이었다고 말함)에 선배나 은사로부터 유학을 권유받았다. 그러나 떠날 수 없었다. 물론 이주희씨와 헤어져 지내는 것을 쉽게 결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증권계통에서 일하면서도 자신의 사랑이 몸담고 있는 연예계에 항상 관심이 많았다. 때문에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주먹구구식 연예관련 회사의 경영에 전문적인 투자경영의 필요성을 느껴 그때부터 이 부문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
두 사람의 사랑에 감동한 허재,''내가 결혼식 사회봐야 한다"
그 덕에 현재 연예계에서 투자나 합병에 관한 그의 자문을 구하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그와 인연을 맺은 사람은 이주희씨와의 사랑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터라 캐스팅이나 CF계약에 도움을 주려는 이가 많았으나 두 사람은 그다지 기대하고 있지 않다.
몇 년 전 이주희는 ''프로농구선수가 뽑은 최고의 여자 연예인''으로 뽑힌 적도 있는데 김준범씨의 고등학교(용산고등학교) 선배인 농구선수 허재씨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 것은 두말할 나위없다. 고작 그 정도였다. 두 사람의 사랑을 첫 만남부터 지켜본 허재씨는 "결혼식에서 내가 사회를 봐야 한다"고 고집을 피울 정도로 두 사람의 행복한 결실을 축복하고 있다.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믿음직스런 사람", "언제나 내 인생에 희망과 주는 사람"이라며 서로를 추켜세우는 이주희, 김준범 커플. 연예계는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인스턴트식 사랑이 판치는 이세상에서 12년간 조금씩, 조금식 ''안단테 사랑''을 가꿔온 이들의 사랑이 더욱 빛나 보인다.
구술정리/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김대오 기자 MrVertigo @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