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계모 박모(41)씨에게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울산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는 11일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계모 박모(41)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고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살인죄를 다시 저지를 수 있다며 청구한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자신의 행위로 말미암아 아이가 상당한 정도의 상해를 입을 수 있음을 인식했다고는 인정되지만 더 나아가 살해하려는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집에서 마음먹기에 따라 흉기 등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손과 발로 구타했고, 치명적이라고 생각되는 머리와 몸통 부분을 구분해 폭행했다"며 "폭행 당시 출혈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피해자의 심각한 상황을 인식하고도 계속 때려 사망에 이르게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지만 아이를 무자비하게 폭행해 갈비뼈 골절, 폐 파열로 끔찍한 고통 속에 사망한 사실은 분명하고 학대 정도가 점점 심해진 점에 비추어 보면 아이의 사망은 어느 정도 예견된 참사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씨는 훈육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스트레스와 울분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를 폭행했고, 학대의 원인을 아이에게 전가했다"며 "반성의 기미나 진정성도 없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훈육이라는 이름의 체벌, 가정 내 폭력에 관대한 기존 정서, 주변의 무관심과 외면, 허술한 아동보호체계와 예산·인력 부족 등 우리사회 전반의 아동보호에 대한 인식과 제도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며 "이를 도외시한 채 피고인을 극형에만 처하는 것으로는 비극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곧바로 살인죄와 구형한 사형 형량을 인정받기 위해 항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결심공판에서 "이번 사건은 숨진 의붓딸의 유일한 보호자인 피고인이 살인을 한 반인륜적 범죄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30년 부착을 청구했다.{RELNEWS:right}
박씨는 지난해 10월 24일 집에서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는 딸 이모(8)양의 머리와 가슴을 주먹과 발로 때려 갈비뼈 16개가 부러지고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1년 5월부터 여러 차례 이양이 학원에서 늦게 귀가하고 거짓말을 한다는 등의 이유로 때리거나 뜨거운 물을 뿌리는 등 상해를 가한 혐의도 받았다.
한편 이날 법정에서는 선고가 나자 이양 생모를 비롯한 방청객들이 일제히 눈물을 흘리며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고 징역 15년을 선고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