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이번주 정부와 새누리당의 법안처리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야당의 절충안이 정부·여당안에 상당히 접근하면서 기초연금안 최종 타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여당이 고집한 대로 제도가 확정되면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정부·여당안은 저소득의 국민연금 장기가입자, 기초연금의 미래 가입자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똑같이 65세인 X 씨와 Y 씨는 국민연금을 내던 시절 소득이 각각 100만원과 200만원으로 2배 차이가 났다. 그런데 X 씨의 생애 첫 기초연금 수령액은 17만1,000원으로 Y 씨(20만원)보다 2만9000원 적다. X 씨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은 14년으로, Y 씨(10년)보다 길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가입기간별 기초연금 수령액 비교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정부·여당의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안이 확정되면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다. 정부·여당안대로라면 대상자의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한 사람이 기초연금 수령에 불리하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1년 이하인 경우 20만원, 20년 이상인 경우 10만원씩의 기초연금을 받는다. 국민연금 가입기간 12~20년 구간의 사람들은 해마다 1만원 안팎의 기초연금을 삭감당한다.
◈ 소득역전 초래하는 '가입기간 연계안'물론 앞선 사례는 X 씨와 Y 씨 모두 소득하위 70% 계층이어야만 발생한다. 하지만 발생건수가 많든 적든, 이는 정부 스스로 제출한 기초연금법안 제4조3항의 "국가는 기초연금 지급에 따라 계층 간 소득역전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
기초연금에 대한 정부·여당안의 기본전제 자체에도 허점이 있다. 정부·여당은 기초연금에 대해 "미가입이나 단기가입 탓에 국민연금 수령액이 적은 취약자들을 보조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한다. 통계청 '2013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아무 노후준비도 못했다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59.9%에 달한다는 점에서 일리는 있다.
그런데 나머지 '노후준비자들의 국민연금 의존성'은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이, 국민연금 가입기간만 따지는 소득수준 판별 방식의 한계를 명확히 해준다. 이들의 노후보장책으로는 고작 31.8%에서만 국민연금이 꼽혔다. 예금·적금(27.5%), 부동산 운용(13.6%), 사적 연금(10.8%), 퇴직금·주식·채권 등 기타(5.2%) 등 '국민연금 대체 수단' 확보자가 7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면밀히 살피지 않으면, 국민연금 가입을 가난해서 '못한' 게 아니라 부유해서 '안한' 사람에게까지 '미가입자 보조' 명목으로 기초연금이 낭비될 수 있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 미래 수령액 삭감하는 물가연동제정부·여당안의 또다른 문제로 지적되는 게 물가연동을 통한 기초연금 지급 방식이다. 물가연동을 하는 경우, 소득에 연동하는 현행 제도보다 연금 대상자가 받는 돈이 훨씬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정부·여당안에 의한 수령액은 첫 시행 때 20만원으로 시작해 이후 물가에 연동한다. 국회에 제출된 기초연금법안 제5조2항은 "기준연금액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전년도의 기준연금액에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을 반영해 매년 고시한다"고, 제8조는 "장관은 5년마다 수급권자 생활수준,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연금액을 조정한다"고 규정했다. '5년주기 재평가'의 단서는 달렸지만, 물가연동 방식이다.
이와 달리 현행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의 A급여(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에 연동해 수령액이 정해진다. 일반적으로 소득보다는 물가의 상승률이 훨씬 작다는 점에서 정부·여당안은 연금을 삭감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제시된 최근 3년간 변동치를 보면 소비자물가 증가율은 2011년 4.0%, 2012년 2.2%, 지난해 1.3%다. 반면 가구 월평균소득 증가율은 2011년 5.5%, 2012년 5.8%, 지난해 2.0%로 어느 때든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국민연금연구원의 2050년까지 장기 재정추계 수치에서도 물가상승률은 2.5%, 소득증가율은 이보다 높은 5.2%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달 야당 주최 토론회에서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물가연동에 따라 2028년 국민연금 가입자 중 기초연금 20만원 전액을 받는 수령자는 1명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했다.
기초연금 도입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마지막 실무회의가 9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회의실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야당이 최후통첩한 '수령액 연계안'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할 대안으로 야당과 시민사회가 제시한 안이 바로 '개인소득'에 연계하는 것이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나 물가연동이 지니는 허점을, 수령자 개인의 소득에 따라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법으로 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이 입장을 틀어, 지난주 여야정 협의체 최종 회의에서 '국민연금 수령액' 연계를 제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야당의 최종안은 가입기간만 연계하는 정부·여당안에 비해 더 직접적으로 대상자의 실제 소득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국민연금에 연계하는 방안이란 점, 또 물가연동 문제 보완책이 배제된 점에서 후퇴라는 지적이다.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13일 CBS와의 통화에서 "수령액 연계안은 결국 정부·여당안과 대동소이하다. 연계의 원리가 어떻든 국민연금에 연계한다는 것인데, 이래서는 국민연금의 불신을 가중시키고 근본적 문제를 풀 수 없다"며 "야당 수정안은 심각한 노선 이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다만 "소득역전이 발생하는 문제는 '수령액 연계' 쪽이 '가입기간 연계'보다는 작다. 저소득층은 국민연금 납부액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수령액 연계에서 발생하는 기초연금 감액보다는 가입기간에 따른 삭감이 더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 정부·여당은 '과유불급'론으로 맞서정부·여당은 야당 최종안에도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고 반박한다. 국민연금 산출의 기초가 되는 A급여와 B급여(본인 납부액) 가운데, 정부·여당안은 사실상 A급여만 연계하는 반면 야당안은 B급여까지 연계하는 것이 돼 지나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