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
세월호 구조작업을 지켜보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어둡고 차가운 바닷속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을 생존자들이 생환하는 기적을 바랐던 온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은 분노로 바뀌고 있다.
세월호 침몰이 대형 참사로 이어진데는 배를 버리고 피신한 선장과 선원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들이 적절하게 대응했다면 무려 3백명에 달하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하는 대형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선장 못지 않게 정부의 재난 구조대응 또한 무책임과 무능력의 극치였다.
사고가 발생한지 닷새가 지났지만 살아서 돌아온 실종자는 한명도 없다. 어둡고 차가운 바닷속에 갇힌 어린 자식들을 기다리는 부모의 속이 이미 새까맣게 타버렸다.
조류가 빠르고 바닷속 시계가 너무 탁해 구조작업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3백명 가까운 실종자 가운데 단 한명의 인명도 구조하지 못하고 생사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하
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970년 부산 제주간 여객선인 남영호 침몰사고로 326명이 숨졌고 지난 1993년 서해 페리호 침몰사고로 탑승객 292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지만 우리의 해양사고에 대한 대처수준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초기에 신속히 대응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고조차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에서도 재난구조 시스템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구조요청 직후 초동대처에서부터 이후 구조작업까지 정부는 시종 우왕좌왕했다.
선박침몰 사고에서 인명 구조는 골든타임이라고 하는 초동대처가 핵심이다. 신고가 접수되자마자 해경 등 구조선이 사고 현장에 달려갔지만 위기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구조선에 실린 장비나 인원은 형편없었다.
스스로 대피하기 위해 배 밖으로 나왔던 인원만 구조할 수 있었을 뿐 선실에 있는 대부분의 인원에 대해서는 전혀 구조활동이 이뤄지지 않았다.
구조 전문가나 현장 지휘체계가 없이 우왕좌왕하다 배가 침몰하기까지 2시간 가까운 시간을 허비해 초기 구조활동에 실패했다. 초기에 선내 진입이나 세월호가 가라앉는 걸 막는 조치가 취해졌다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여객선이 완전 침몰하기 전 여객선 곳곳에 긴 로프를 연결해놓았다면 이후 구조와 수색활동을 신속히 전개할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뒤늦게 구조인력과 장비를 대폭 늘리는 조치를 취했지만 이미 상당기간 시간이 흐른 뒤였다.
정부 차원의 재난지휘체계 역시 엉망이었다.
재난이 발생하면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이 현장에서의 구조활동을 강화하는 것인데 정부기관 간에 혼선이 빚어지면서 재난상황을 컨트롤할 지휘부가 없었다.
정부의 재난기구라는 것도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안전)보다는 어떻게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지(행정)에 매달리다 보니 오히려 초동 구조활동에 방해만 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명칭까지 바꿨지만 행정 전문가는 있어도 안전 전문가는 없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기는 했지만 재난대비매뉴얼을 만들어 비상시에 대비하고 안전사고의 예방과 사고 발생시 대응태세를 연습하기보다 재난피해 집계와 사후 지원대책을 내리는 것 뿐이다.
대통령이 약속한 안전한 대한민국은 헛 구호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