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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월호 참사]응답하라, 2014 대한민국!

    [노컷 칼럼]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여드레째인 23일 오후 전남 진도항에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이 묶여 있다. 윤성호기자

     

    “합려: 덕으로 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합니까?

    오자서: 덕으로 친다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덕이 없으면서 스스로 군주가 되고 왕이 된 자를 치는 것은 덕으로 치는 것입니다. 난폭하여 친근한 이가 없는 자, 탐욕스러워 인(仁)이 없는 자, 이런 자를 칩니다. (중략) 밖으로는 호랑이나 늑대의 마음을 가지고 안으로는 도적의 지혜를 가진 자를 칩니다. 폭란하여 친애하는 이가 없으면서 서로 속이는 자를 칩니다. 대중은 고달프고 사졸은 지치게 하여 대중에게 근심과 걱정을 크게 끼치는 자를 칩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남방의 강국 초나라를 멸망지경에 이르게 하고, 춘추오패의 자리를 차지한 오나라 왕 합려와 그의 책사 오자서와의 대화이다. 『오자서병법』결론 부분에 나온다. 기원전 5세기 때의 일이다. 그렇다면 2천 5백년이 흐른 지금, IT강국 세계 10위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어떤가?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로 차가운 바다에 가라앉은, 수학여행에 나선 꽃다운 고등학생들. 가슴을 쥐어뜯는 아픔에 몸부림치고 실신하는 피해자 가족들. 가슴이 먹먹하고 머리가 텅 비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국민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아흐레째인 24일 오후 전남 진도군 진도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왼쪽부터 이주영 해수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이 지지부진한 구조작업에 항의, 면담을 하고 있다.(윤성호 기자)

     

    그런가 하면, 돈에만 눈이 어두워 승객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해운회사와 여객선 운항자들. 대참사가 발생했는데도 허둥지둥 우왕좌왕 재난 대처에 실패하고, 책임회피에 급급한 청와대와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해경 등 고위급 관련 공무원들.

    하여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고 울부짖는 유가족. “대한민국이 밉다.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다”고 좌절하는 국민들. 이 총체적 난국과 공황상태를 어찌해야 하나.

    이 땅을 살아가는 이 시대의 어른이라면, 이 총체적 부실과 난국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통령을 위시한 권력자들과 자본가들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덕이 없으면서 스스로 대통령이 되고 장관이 되지는 않았는가? 탐욕스럽고 난폭하면서 재벌이 되고 CEO가 되지는 않았는가? 밖으로는 호랑이나 늑대의 마음을 가지고 안으로는 도적의 지혜를 갖고 있지 않은가? 힘없고 돈없는 민초들은 고달프고 하위 공무원과 직장인들은 지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통절한 마음으로 묻는다. 응답하라. 201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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