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포스터
제67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된 '표적'은 살인 누명을 쓰고 쫓기는 여훈(류승룡), 납치된 아내를 구하기 위해 여훈과 위험한 동행을 시작한 의사 태준(이진욱), 그들을 쫓는 두 명의 추격자 송반장(유준상)과 영주(김성령)의 36시간에 걸친 숨막히는 추격전을 그린 작품이다. 15세 관람가, 98분 상영, 30일 개봉
이진욱 기자(이하 이):
표적은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2010)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의 특징인 처절하도록 사실적인 액션은 표적으로도 대물림된 모습이다.
신진아 기자(이하 신): 별반 새롭지 않은 설정의 영화라 호감도가 낮았던 게 사실이다. 사실 이 영화를 선택한다면 그건 바로 1000만 배우 류승룡 때문일 것이다. 대다수의 조연처럼 악연 연기로 주목받다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을 기점으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7번방의 선물'(2013)로 연기폭을 넓힌 류승룡이 관객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는 점이 가장 신뢰감을 주는 요소다. 역시 내공 있는 배우가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은 남다르다.
이: 초반에는 '마성의 카사노바'처럼 전작의 끈적끈적한 이미지가 겹쳐져 미소가 나오기도 했지만, 시나브로 주인공 여훈의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하더라. 새삼 그의 연기에 감탄했다.
신: 장르가 액션이다보니 원빈이나 공유의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기대한 사람도 있더라.
이: 사실 살기 위해서, 혹은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치르는 싸움에서 소위 '가오' 잡을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이 영화에서 조각미남의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존재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게다가 이 영화는 대화를 주고받을 때는 물론, 액션시퀀스에서 합을 나눌 때조차 카메라가 인물들의 표정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눈치다. "보여주기식 액션은 우리 영화의 지향점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신
: 표적의 드라마에 맞는 액션일 수는 있으나, 앞서 '베를린' '용의자' 등의 영화에서 화려하고 다양한 액션을 접한 상태라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으로 느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미를 장식하는 액션신은 칭찬해 주고 싶다. 특히나 여훈이 상대하는 자가 공권력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피범벅의 얼굴로 상대를 정면 응시하면서 내뿜는 처절한 분노의 감정은 현재 진행형인 비극적 사건과 겹쳐지면서 특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면이 있다.
영화 '표적' 스틸
이: 류승룡의 막바지 처절한 액션연기에 같은 맥락에서 왈칵했다.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요즘 사회 분위기 때문일까. 여훈이 부조리한 세력과 벌이는 처절한 싸움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뿜어낸다. 수사본부의 겹겹 유리문과 철문을 뚫고 들어가 멈춰 선 여훈의 차량 뒤로 희뿌연 먼지가 피어오르는데, 1대 100의 싸움에서도 지지 않을 신화적 인물의 탄생을 알리는 듯하다.
신: 유준상, 김성령, 조여정의 색다른 모습도 볼거리다. 요즘은 악역답지 않은 얼굴로 악연 연기하는 게 대세인 것 같다. 김성령의 젊음과 카리스마는 역시나 무릎꿇게 만든다. 후배 형사로 나온 든든한 조역 조은지와 함께 좀 더 역할이 컸으면 '두 여형사의 활약'이라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을 듯한데…. 조여정의 행보도 흥미롭다. 두 차례의 파격적 노출 연기 이후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잡은 그녀가 자신의 영역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이: 극의 리얼리티를 끌어올리려는 미장센에 대한 강박적인 노력도 느껴졌다. 일례로 차량들이 그랬다. 간접광고 차원에서 신차나 값비싼 외제차를 협찬받아 주인공이 타고 등장하는 데 익숙해진 분위기에서, 표적은 창밖 도로에서 흔히 볼 법한 차량들을 내세워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실제로 차량 협찬이 없었다고 한다.
신: 중반까지는 밋밋하게 봤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감성이 중요한 액션 영화인데 인물의 상황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중반쯤 어떻게 보면 뻔하고 흔한 설정인데 "왜 희생자로 그 아이를 택했냐"는 한 악당의 물음에 "고아"라고 답하는 순간 마음이 움직였다. '역린'에서도 부모 없는 고아들을 모아다가 살수로 키운다.